근자에 들어 ‘리모델링’ 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아마 2001년에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물게 건축법에서 외래어인 리모델링이란 용어를 정의하면서 점차 보편적으로 사용되었던 것 같다. 국어사전에서는 ’리모델링 [remodeling]은 오래된 아파트나 연립 주택을 기존의 골조는 그대로 두고 새롭게 고치는 일‘로 풀이하고 있다. 여기에서 ’새롭게 고치는 일‘의 의미 만으로 건축 분야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용어가 되었다. 쓰이고 있는 의미로 보면 리모델링을 통해 개선하겠다는 것으로 긍정적인 것만은 분명하다.

“리모델링 공사현장에서 불이나...” “불법 리모델링에 의한 붕괴” “리모델링 공사 중 붕괴” 등 리모델링 공사 중 일어난 화재나 안전사고 소식이 심심치 않게 보도되어「리모델링은 위험하다.」라는 잘못된 인식이 들까 봐 걱정스럽다. 그러나 실상은 건축사가 참여하지 않는 범위의 일에서 대부분 발생하므로, 한편으론 다행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쉽기 그지 없다. 사고가 많은 것은 법에서 정하고 있는 리모델링과는 다른, 건축사의 업역을 벗어난 소규모공사까지 모두 리모델링으로 표현하여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건축사가 관리할 수 없는 일이니까 그냥 방치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특히 빈번하게 사고가 일어나는 고시원, 노래방 등, 다중이용업소 들의 칸막이 변경사항은 허가나 신고사항이 아니어서 비전문가에 의해 임의로 설계와 시공이 이루어지고 있는데도... 이런 업무가 법적인 리모델링 범위에 들어 와야만 전문적으로 관리하여 사고 발생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지나친 규제이고 건축사 업역확대를 위한 방편이라고 비난이 있을지도 모르나, 이대로 방치하기에는 인명과 재산 손실 등 사회적 피해가 너무 크므로 빠른 시일 내에 개선되기를 기대하여 본다.

그러면 법에서 정한 리모델링은 어떨까? 현실을 보면 더 답답하다. 건축법에서 ‘리모델링이란 건축물의 노후화를 억제하거나 기능 향상 등을 위하여 대수선하거나 일부 증축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주택법에서도 세대수증가라는 항목만 추가하여 동일하게 정의한다. 법의 정의는 대개 명확한데, 리모델링은 ‘노후화 억제와 기능 향상’은 추상적이고 ‘대수선과 증축’을 동시에 지정한 것은 포괄적이어서 혼란스럽다. 그렇다면 리모델링의 법적 특성은 무엇일까? 리모델링이 대수선이나 증축과 차별되는 것은 법의 기준에 대한 적용의 완화에 있다. 사용승인 후 15년 이상이 된 건축물인 경우, 건축계획시 규모를 결정하는 주요 규제인 건폐율, 용적률, 높이제한 등 8개 항목을 대부분 완화 받을 수 있다. 건축법상으로 상당한 특혜(?)다. 그러나 이 특혜라고 생각되는 것이 화근이다. “아파트는 삶의 기본인 집단주거이므로 적용의 완화를 받을 수 있지만, 일반 건축물은 건축주에게 특혜를 주게 되니까 적용의 완화를 받기 어렵다. 이런 특혜를 주는 법을 왜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믿기지 않지만 현실적인 말이다. 허가부서 공무원들과 이야기하면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법에서의 적용의 완화는 건축위원회에서 결정하게 되어 있는 데도 심의 상정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건축허가 서식에는 리모델링을 표기할 항목조차 없다. 그나마 주택법에 의한 공동주택 리모델링에서 적용의 완화가 시행되고 있고, 행위허가 서식에 리모델링 항목이 있다는 것이 다행인가...

리모델링시 적용의 완화가 특혜일까? 아니다, 특혜라고 생각하는 것이 잘못이다. 리모델링은 기존 건축물의 관리를 위한 법으로, 과거와 현재의 시간적인 공백을 극복하고, 건축주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방법이다. 건축법이 대부분 신축 위주이고 여기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 리모델링 처럼 관리를 위한 법이 낯설기 때문이지 절대로 특혜는 아니다.

건설시장은 선진국형으로 갈수록 리모델링의 비중이 커진다. 서유럽국가의 리모델링 비중은 이미 40%를 상회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앞으로 리모델링 시장이 커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누구라도 예견하고 있다. 건설경기가 나빠져서 일거리가 없다고 걱정만 하지 말고 리모델링을 통한 일거리 창출이 꼭 필요한 현실이다.

이젠 ‘리모델링’도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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