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자식과 부모가 한 집에 살 때, 예전에는 ‘자식이 부모를 모시고 산다’고 했으나 지금은 ‘부모가 자식을 모시고 산다’고 한다. 직장인들의 평균급여가 200만원 이하인 상태에서 부부는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생활하기가 어렵고, 보육시설은 데리고 오가야 하는데다가 아동학대 등 못미더운 점이 많기에, 젊은 부부들은 부모가 자녀를 돌봐줄 수 있는 환경을 부러워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신혼부부들이 임신하면 친정이나 시가에 가까운 곳으로 집을 옮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 해결과는 다른 차원에서 3대 주택 특히 3대주거형 공동주택의 개발을 연구한 것이 벌써 20여년이나 된다. 평면 형태에 따라 출입구가 다른 완전분리형부터 식당 거실까지 분리되어 있으나 공동현관을 사용하는 타입 그리고 화장실과 욕실까지만 독립된 것 등 다양한 모델이 개발되어 왔으며, 그 중에는 상하층으로 세대를 구분한 타입도 있다. 3대 주택은 효행사상을 고취하고 부모를 봉양하며 핵가족화에 따른 가구 분화를 억제하려고 시작하였으나 그 사이 세상이 변하여 지금은 손자양육의 비중이 더 커진 셈이다. ▲할아버지가 손자를, 할머니가 손녀와 잠자리를 함께 하면서 가르치는 것을 ‘격대교육(隔代敎育)’이라 한다. 이렇게 한세대를 걸러 교육하는 것은 바쁘고 젊기에 감정이 앞서는 부모를 대신하여, 조부모가 집안의 전통과 원숙한 삶의 경륜과 지혜를 자연스레 몸으로 익히게 하며, 다사로운 스킨십을 통하여 정서적 안정을 가져오는 장점들이 있다. 유전학적으로 부자(父子)보다 조손(祖孫)이 더 닮는다는 통계에서 보듯이 아들보다 손자는 좋아하는 할아버지들이 많이 있다. ▲필자의 군 선배 한분은 바쁘고 몰라서 자식들에게 못다 한 교육을 손자에겐 완벽하게 가르치고 싶어, 자식과 합의하여 이를 실천하고 그 과정을 동기생 문집에 발표하였다. 이는 조선시대 학자 이문건이 일찍 죽은 아들을 대신하여 손자를 키우면서 쓴 육아일기 양아록(養兒錄)을 연상케 한다. 그 손자는 임진왜란 때 의병장으로 활약하였고 조정에서 상을 내리자 당연히 할 일을 했다며 사양하였다. 미국에선 오바마 미 대통령으로 인하여 격대 교육이 새롭게 조명되기도 하였다. ▲지난달 정부는 현관까지 분리한 세대구분형 아파트 일명 멀티 홈의 건설기준을 발표하였다. 늘어나는 1인 세대를 위한 것으로 1가구 1주택의 세제혜택까지 준다고 한다. 이는 집 주인의 소득 증대와 1인가구의 주거환경에 일정한 기여를 하겠지만 실질적으로는 공동주택의 세대수만 증가하며, 집보다는 차가 먼저라는 젊은 세대주들로 인한 주차난 등을 유발할 우려가 크다. 멀티 홈은 부모자식 간의 3대 주택으로 만으로 한정하고 더 많은 혜택을 주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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