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고 훌륭한 건물일수록 편안하고 집중력이 높은 공간이 많다. 좋은 건축공간은 우선적으로

공기, 물, 빛, 열, 소리 등과 같이 거주자의 건강과 관련된 오감(五感)을 편안하게 해야 한다. 거주환경 요소로부터 불쾌감이 제거되면서 심리적 행복은 늘어나고 집중과 휴식의 질이 높아진다. 좋은 공간은 인간의 상호 이해심을 높여 살아있는 커뮤니티를 만든다. 협동심을 키워줘 인간 중심의 공동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한다.

또 사람의 심리·생리 상태를 적절히 지원하여 문화, 건강 등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유도한다. 건축에서 공간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그런데 공간 환경은 건축 재료에 따라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소재가 중요하다. 목재를 기재로 한 내장재가 공간 만들기 재료로 적극 사용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목재는 건축 재료 중에서 유일한 생물자원이다. 실내 환경과 조화하고 환경에 대해 부담이 없는 재료다. 목조는 건설에 필요한 에너지가 다른 구조보다 훨씬 적다. 재료의 특성을 살려서 규모나 용도에 맞도록 다양한 공법으로 공간 환경을 연출할 수 있다.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생활공간과 건강과의 관계를 과학적으로 밝히기 위한 의생물학적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사람과 공간은 분리할 수 없는 상생의 관계이고, 이를 연결하는 매체를 목재로 보고 있다. 목재의 냄새, 감촉, 겉모습과 같은 오감 요소가 현대병의 예방효과 즉, 우울증, 치매, 노화방지, 심장질환, 아토피피부염 등과 관련된 연구가 포함되어 있다.

반면 우리는 근대화와 현대 모던 건축을 받아들이면서 목재를 건축 재료로서 배제해 왔다. 비록 목조건축이 쇠퇴와 조락(凋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고 해도, 목재문화는 오랜 우리 역사 속에 자리 잡은 건축 문화의 정화(精華)이자 사회 시스템이다. 국보·보물 등 중요문화재를 비롯하여 사찰과 전통 한옥 등의 목조건축물이 역사 경관과 마을 풍경을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친근한 주택·가구·생활용품으로부터 고도로 세련된 공예품·문화재 건조물까지 폭넓고 다양한 형태로 우리 생활공간을 지탱하고 있다. 또한 문화 예술에도 깊숙이 파고들어 있어 생활에 근간을 이루며 자연환경과 국토보전의 순환 고리 역할을 해왔다. 나무를 키우고, 제재하고, 유통시키고, 가공하고, 조립하고, 주택을 만들거나 목제품을 만드는 등의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국토를 건강하게 하고, 국민을 풍요로운 생활과 삶을 누리도록 만들어 왔다.

지금까지 우리는 목조건축 축조에만 주력하며 구조내력, 내화성, 조습성, 보온성, 단열성, 차음성, 내진성과 같은 하드웨어 개발에 주력해 왔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생활공간과 건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심리적 행복을 구가(謳歌)하는 시대다. 이제부터는 목질 재료의 특성인 색체, 무늬, 촉감, 향기, 소리 등이 사람의 심리와 생리에 어떻게 영향하는가에 대한 소프트웨어적인 개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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