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로는 새로운 개념의 노스텔지어다.

문화뿐만 아니라 생활, 건축까지 그에 대한 요즘 사람들의 관심은 ‘열풍’이라는 말이 그리 과한 표현이 아닌 듯하다.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 뉴트로(New-tro)는, 복고(Retro)를 새롭게(New) 즐기는 새로운 트렌드다.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과감하고 독특한 취향을 즐기는 사람들의 실험적인 시도가 아니라, 이제는 모든 곳에서 다양한 스타일로 재현되고 기꺼이 즐기는 문화가 되어 있다. 이렇게 복고를 즐기는 문화를 이용한 다양한 상품들은 ‘최신유행에 밝고 신선하다’라는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최고의 문화 형용인 ‘힙(hip)하다’는 말과 함께 쓰이며, ‘형용모순이 아닌가?’하는 의문에도 ‘복고풍의 힙한’ 볼거리들을 매일 쏟아내고 있다.

오래전 오렌지주스 대표 브랜드였던 델**의 두툼한 오렌지주스 빈 유리병을 크기별로 상자에 넣어 2만 원대의 빈병 선물상자로 300개 한정판매를 시도했던 백화점은 빈병을, 그것도 2만 원대에 판다는 논란에도 순식간에 품절을 기록하며 뉴트로의 반짝이는 문화 상품인가, 얄팍한 상술인가로 논란을 빚었던 적이 있다. 그 브랜드처럼 업력이 긴 상품은 모두의 기억에서 공유될 수 있는 매력적인 아이템이라는 장점으로 뉴트로의 감성으로 받아들이는데 용이하다. 이렇게 레트로가 과거를 그리워하면서 과거에 유행했던 것을 다시 꺼내 그 향수를 느끼는 것이라면, 뉴트로는 빈 오렌지병과 같이 똑같은 과거의 것인데 이걸 즐기는 계층에겐 신상품과 마찬가지로 새롭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건축에서도 뉴트로는 마치 시간을 되돌려 놓은 듯한 물건과 소품들로 인테리어를 한 카페나 음식점들이 최근 들어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들로 그 예를 들 수 있다. 이런 일명 ‘힙한 공간’의 사진들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등 수많은 SNS을 통해, 본인의 경험을 세상과 공유하고 싶어 하는 요즘 사람들의 욕구를 담으며 그야말로 넘쳐나고 있다.

그러나 오래되고 낡은 공간의 감성, 그것을 색다른 색감과 배경으로 담은 대담한 공간 디자인은 아름다움을 느끼기 전에 자칫 위험해 보이는 경우가 자주 있다. 세월을 지나온 빛바래고 친근한 감성을 즐기는 것이 위험한 공간을 감수해야하는 것이라면 그 아름다움에는 동의가 어렵다.

아슬아슬하게 튀어나온 휘어진 철근, 모서리 여기저기가 부서진 기둥, 일부러 그냥 둔 것이라기엔 지나쳐 보이는 삐걱거리는 마루, 청소를 잊은 타일 벽, 금방이라도 부서져 내릴 것 같은 불안한 계단 아래에 앉아 태연히 커피를 마시고, 빵을 자르고 있는 모습은 가끔 놀랍고 자주 불편하다.

오래전 대구 도시철도 3호선이 건설 중일 때, 대구 시내를 내려다보며 공중을 달리는 3호선 때문에 3호선 주변의 경관 개선에 대한 고민이 도시디자인의 이슈가 됐다. 대구 구도심 특히 서문시장을 지나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을 통과하는 구간 속, 오래된 지붕들의 처리에 대한 전문가 자문회의가 자주 열렸다. 그때 모교수님께서 말씀하신 경관개선의 방향이 무척 동의가 됐다.

“더러운 곳은 청소하고, 낡은 곳은 고치면 된다. 그러나 위험한 곳에 대한 태도는 더욱 건축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낡은 곳을 무조건 허물고 새롭게 조성하는 것도 올바른 건축사의 태도가 아니지만 위험을 방치하는 것은 태도의 문제를 넘어선 건축의 기본에 대한 문제다.”
세월의 때로 더러워진 곳은 허물고 새로 지어야할 곳이 아니지만, 위험한 공간은 그 자체로 디자인이나 건축공간의 지향점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이셨는데, 요즘 뉴트로가 보여주는 그 감성의 방향은 그 노교수님의 말씀에 녹아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헤리티지(전통성)를 새롭게 해석한 공간은 그 세월로 다듬어진 감성으로 새 것이 줄 수 없는 아름다움을 줄 수 있지만, 그것이 위험을 디자인 요소로 삼는 것에 대한 변명이 될 수는 없을 것 같다.

건축은 달라야 한다. SNS에 올릴 사진을 위한 자극적인 배경만을 위해 디자인되어서는 안 된다. 사람을 담는 공간은 조금 더 조심스러워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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