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느껴본 지 오래됐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당연하다는 듯 살아가고 있었다.

그 삶이 지겨운 것인지 변화가 없는 생활이 답답한 것인지 모를 정도로 그냥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하루하루가 지겹다기보다는 그 속에서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는 무기력한 나의 모습이 안쓰러울 정도였다. 행복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찾아볼 수 없는 생활이었다. 그렇게 살아오던 언제 부턴가 바쁘다는 핑계로 관리를 못한 탓인지 스트레스 때문인지 몸이 조금씩 고장나기 시작했다. 어느 해에는 일상생활처럼 병원에 자주 들락날락 거렸다.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가? 나 정말 잘 살고 있는 것인가?

의문이 점점 커질 때쯤 모든 것을 내려놓기로 결정했다. 일단 하던 일을 모두 멈추고 다니던 회사도 그만 두기로 결정했다. 짧게나마 지금까지 나와함께 기생하던 모든 것들을 버리고 다른 삶을 살아보기로 했다.

무엇을 해볼까 고민하던 중 스페인 순례길에 대한 이야기를 지인에게 듣게 되었고, 순례를 하는 동안 나 자신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는 말과 함께 한 번 다녀오라는 추천을 받게 됐다.
나는 바로 비행기 티켓을 끊고 순례길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와 준비물만 갖추고 바로 떠나버렸다. 일단 가보자는 심정으로 가면 무엇인가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별다른 준비 없이 그 먼 지구 반대쪽 스페인까지 가게 됐다. 순례의 처음 시작은 기쁨으로 가득 찼다.

▲ 스페인 순례 중 촬영사진1

일상에서 벗어났다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만 집중하게 되었고 그 모든 것이 좋아 보였다. 하지만 하루하루가 기쁜 것은 아니었다. 매일 14kg의 배낭을 메고 하루 30km이상 걷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평소의 일상생활과 다른 또 다른 고단함이 그 속에 있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우연치도 않게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면 언제 어디서든 나를 도와주는 무엇인가가 나타나곤 했다. 그렇게 전체 일정인 799km를 모두 걸으며 내가 지금까지 너무 많은 것을 짊어지고 집착하며, 무엇인가를 쟁취하기 위하여 살아가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한 생각이 들고 나서부터인가 행복이란 많은 것을 짊어지기보다 오히려 내려놓는 것에서 시작 된다는 것을 느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은 것 같다. 고단하다고 느껴지는 나의 삶을 조금 바꿔보면 아주 가까운 곳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재물과 권력에 집착하고 남보다 값비싼 물건을 사용하거나 더 좋은 집에 산다고 행복해 지는 것은 아닌 듯하다. 욕심을 버리고 일상을 조금 편하게 바꿔본다면 그 속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하루하루 고단하지만 그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나만의 작은 행복을 찾을 수 있다면 그것만한 기쁨이 또 어디 있겠나 생각해 본다.

▲ 스페인 순례 중 촬영사진2

나는 지금 아주 행복하다. 삶도 많이 변했다. 2018년에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를 시작으로 프랑스, 스페인, 미국, 캐나다 여행을 하였고 그 속에서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이 후 올해 3월에 건축사사무소를 개설하여 운영 중이지만 하루를 일에만 신경 쓰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베짱이 같은 삶을 사는 것 또한 아니다. 욕심을 버린 것이다. 하루를 재물의 희생양이 되기보다 나의 행복한 삶을 위하여 나만의 시간을 조금 더 갖기로 한 것이다.

각자 행복의 기준은 다를 것이다. 하지만 집착하는 삶은 결코 행복하지 못한 삶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였으면 좋겠다. 자신만의 방식이 있다면 꼭 실천해 보길 바란다. 그 작은 변화가 자기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 그러한 생활이 자기 자신을 얼마나 행복하게 해 줄 것인지 깨달게 되리라 생각한다.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