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대를 만나다’ 이성관 조직위원장 인터뷰

▲ ‘그 시대를 만나다’ 토크쇼에서 이성관 조직위원장이 유학시절에 준비했던 포트폴리오를 보며 패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시대는 급변해 어느새 4차시대에 접어들었고, 대한민국 건축계 또한 새로운 변화의 순간을 맞이했다. 건축계의 열악한 환경을 극복해 미래도시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일이 건축사의 역할이라면, 미래의 길목에서 역사를 되짚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과거는 미래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명감을 갖고 이성관 조직위원장(건축사사무소 한울건축)을 비롯해 현장에서 활동하는 건축사 4인(▲백창용 미래위원장 ▲김현숙 건축사 주.이엔 건축사사무소 ▲박정연 건축사 그리드에이 건축사사무소 ▲김법구 건축사 라임 건축사사무소.주)이 한 데 모였다. 29일 10시 코엑스 B2홀 토론장에서 이성관 조직위원장과 함께 하는 토크쇼 형식의 토론회 ‘그 시대를 말하다’가 열려 시대적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건축사의 역할에 대해 뜨거운 이야기가 오갔다.

이성관 조직위원장은 시대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자기계발’이야말로 좋은 건축사가 되는 데 꼭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시대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개되었고 이제는 4차시대로 또 달라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선시대나 6,70년대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것들도 있을 텐데요. 가령 문화 같은 거요. 제 생각에 인간의 감성은 크게 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시대가 급변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계발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계발은 시대나 건축주의 안목, 사회이슈와는 별개로 나 자신과의 싸움을 뜻합니다.”

이성관 조직위원장은 80년대에 서울공대 건축학과와 동대학원, 컬럼비아 건축과대학원을 졸업한 뒤 뉴욕에서 HOK 수석디자이너로 활동했으며, 귀국 후에 용산전쟁기념관 부산방송국, 데이콤빌딩 등 한국의 유수의 건축물들을 설계한 대한민국 대표 건축사다. 건축문화대상 대통령상, 서울시건축상 등을 수상했으며, 신선한 파격을 통한 새로운 작품, 형식이나 틀에 구애 받지 않는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이며 건축계에 귀감이 돼 왔다.
그 작품들의 힘은 많은 손놀림으로 머릿속의 아이디어를 구현시킨 스케치에 있다. 이성관 조직위원장은 지금도 스케치를 통해 건축의 밑거름을 완성한다.

“스케치 자체는 건물을 짓기 위해 필요한 부수적인 과정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건축의 본질이면서 건축사의 ‘말’입니다. 아시다시피 생각이 떠오를 때는 반짝 왔다가 점차 멀어지며 사라지지 않습니까. 저는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재빨리 그 순간을 캡처하기 위해서 스케치를 합니다. 그래야 생각을 물리적인 형태로 만들어서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스케치를 할 때에는 실제 건물을 짓는 상상을 하면서 디테일한 것까지 표현하려고 노력합니다. 스케치는 손과 눈이 적당히 훈련되면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건축 스케치는 태양빛이 이 정도에 와서 반사되고 농담(濃淡)이 어느 정도 나타나겠다 하는 것까지 예측해야 실제 설계에 사용할 때 무리가 없습니다. 이렇게까지 정성을 기울여야 나 자신도 이해할 수 있고 건축주에게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물론 스케치로 표현할 수 없는 다른 내용들은 따로 준비합니다.”

▲ ‘그 시대를 만나다’에 전시된 이성관 조직위원장의 아이디어 스케치 작품들

“건축주와의 소통, 노련한 말솜씨보다 ‘진정성 있는 내용’ 더 중요해”

그는 건축주와의 관계에서 신뢰를 쌓기 위한 일환으로 또 한 번 ‘자기계발’을 강조했다.

“지금은 클라이언트들의 안목이 높아졌고 그들이 가진 자료가 많기 때문에 우리 건축사들이 어설프게 아는 체했다가는 거꾸로 테스트를 당할지도 모릅니다. 열심히 공부해야 건축주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습니다. 디테일에 대해 이야기하길 좋아하는 어느 대기업 회장님이 계십니다. 어느 날 그분께서 업무를 시작할 때 ‘어이, 이 소장, 우리가 쓰는 건 어느 회사 거지요? 최근에 들어보니까 그 재료는 중국에서…….’하는 식으로 저를 떠보더군요. 이때 제가 대답을 잘 했더니 그 후로 뒷일이 편해졌습니다. 건축주들은 건축사가 자신이 생각한 만큼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 건축사를 믿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말이지 ‘자기계발’을 잊으면 안 됩니다.”

이성관 조직위원장은 건축사로서 자부심과 희망을 잃지 말아야 시대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는 주문도 내놨다. “규모 있는 건축물을 제작해달라는 의뢰가 들어온다든가, 어떤 사람과 일을 한다든가, 하는 일들은 저나 여러분이나 매한가지로 노력한다고 어떻게 되는 일이 아닙니다. 일을 하다 보면 현실의 어려움에 직면할 때도 있겠지만 건축사로서 자부심을 굳건히 지키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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