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OO설계공모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젊은 건축사가 나에게 흥분하여 토로한 적이 있다. 심사 하루 전 해당 홈페이지를 통해 심사위원 명단이 공개되자마자 정확히 7통의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분명 설계공모지침에서는 사전 심사위원 접촉이 금지되어 있으며, 위반 시 심사에 불이익을 받을수 있다고 고지되어 있는데도 말이다.

그 젊은 건축사가 특히 화가 났던 이유는 공식석상에서 항상 옳은 발언을 하고, 건축 환경 개선을 위해 정의를 부르짖던 분들까지 전화가 와서 누구를 만나달라고 부탁하는 것에 대해 많은 실망을 하였다고 한다. 그 전까지는 분명 존경스러웠던 선배 건축사들이었는 데, 그 사건 이후 더 이상 그들을 존경할 수 없으며 결국에는 그들도 그저 그런 꼰대이며 위선자였구나 하는 생각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며 한참 이야기를 했다.

최근 몇 년간 비교적 작은 규모의 설계공모가 많아지면서 독립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건축사들이 적극적으로 공모에 참여하고 있다. 공공건축이지만 그들은 감리까지 공을 들여 열정을 다하기 때문에 결과물은 만족할만한 수준이 되고, 완공된 건물은 각종 건축상을 받고 화제가 된다. 그렇다면 젊은 건축사들의 설계공모 참가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대부분이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분명 심사위원의 공정성이다. 이제 젊은 건축사들은 경험을 통해 어느 심사위원이 공정한지 어렴풋이 안다. 최종 작품제출이 많은 설계공모가 있고 그렇지 못한 설계공모가 있는 것은 심사위원 명단을 보고 내 작품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서이다. 쉽게 말해, 당선작의 당락을 결정하는 평가자(심사위원)에 대한 신뢰도가 해당 설계공모의 흥행을 보증한다고 할 수 있다.

11월 8일 2019년도 건축사자격시험 합격예정자가 발표됐다. 합격예정자는 1,090명으로 합격률은 13.7%이며, 연령층은 30대가 535명(49.1%)으로 가장 많다고 한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합격자 수가 증가하고 합격자의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30대에 건축사사무소를 개업하는 젊은 건축사들이 많아지고 있다. 회사의 틀에서 벗어나 각자의 사무실을 운영하며, 건축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젊은 건축사들이 기댈 수 있는 것은 ‘공정함’이다. 설계공모에서는 단순히 나이가 더 많기 때문에 실무 경력이 더 길기 때문에 당선에 유리한 것이 아니다. 공정한 경쟁이 담보된다면 누구에게나 가능성이 열려있는 것이 설계공모이다.

다들 이제까지 별 탈 없이 잘해왔는데 왜 젊은 건축사들 너희는 유난이냐고 한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이제는 정말 시대가 변했다. 더 이상 빠른 속도의 개발이 우선시 되었던 시대가 아니다. 조금은 늦게 가더라도 제대로 공정하게 되기를 젊은 세대는 희망한다. 졸업 후 실무를 처음 시작한 십여 년 전과 비교하면 최근 들어 분명 건축 환경이 조금씩 변해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아직도 바뀌어야만 하는 고질적인 문제들이 남아있고,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 불합리한 일들도 주변에서 종종 일어난다.

현재 많은 80년대생 젊은 건축사들이 개업해 활동을 시작하고 있다. 곧 90년대생 건축사들도 등장할 것이다. 건축사들이 젊어지고 세대가 바뀌고 있다. 젊은 세대가 공감할 수 없는 구시대적인 관행과 불법적 행태는 근절하고, 건전한 건축문화를 만들어 가도록 다 같이 노력해야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서로 반칙하지 말자. 젊은 건축사에게 가장 힘이 되는 응원은 ‘공정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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