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한참 어린 후배가 필자에게 “어 이~김소장”이라고 말했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필자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은 적지 않은 혼란에 빠질 것 같다.

그런데 실제 U-20 국가대표 축구팀에서 정정용 감독에게 이런 일이 벌어졌다.
한국 축구계에서는 감독이 제왕적 권력을 행사하는 극도로 수직적 구조를 가진 곳이다. 하지만 정 감독보다 30살 어린 이규혁 선수가 족구 게임에서 상대팀으로 편성된 감독에게 “어이~정감 독!”하며 도발한 것이다. 정 감독은 이런 상황에서 “그래도 감독인데 리스팩트 좀 해줘라”는 말을 하며 웃어 넘겼다고 한다.

정 감독과 인터뷰한 DBR(동아비즈니 스리뷰) 취재 기자가 실제 기분이 어땠는지 물었다. 정 감독은 “말려들었다. 실제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내가 넣은 서브가 아웃됐다”고 말했다. 정말 뒤끝이 없었느냐고 기자가 물었다. 정 감독은 “속상한 일이 생겼을 때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세 번 말하고 잊는다”고 답했다.

리더 가운데 ‘불통(不通)’을 지향한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모두가 원활한 소통을 말한다. 하지만 소통을 잘 하는 리더는 극도로 드물다. 그만큼 소통은 대단한 능력을 가진 리더 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한국에서는 특히 그렇다. 정 감독의 소통 능력이 놀라운 점은 30살 어린 선수가 도발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 데 있다. 평소 감독이 제왕처럼 모든 권한을 쥐고 흔들었다면 어린 선수들은 사소한 도발도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다.

실제 정 감독은 훈련 규율 등을 정할 때 선수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 연습할 때 아이돌 음악이 흘러나올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코치진들의 전문 분야를 존중해줬고 감독은 전체적인 관리 및 조율, 방향 설정에 주력했다. 또 자신이 설정한 전략 방향에 대해서는 구성원들에게 상세히 설명 해줬다. 특히 국가대표 선수들은 상시 적으로 모여 훈련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동 중에 볼 수 있도록 책자 형태로 전략의 내용을 서술해서 선수들이 소화할 수 있도록 했다.

일방적으로 지시하지 않고 선수들이 스스로 느끼도록 유도한 점도 두드러진 다. 예를 들어 훈련 중 스마트폰 사용을 강제로 막을 수도 있었지만 정 감독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신, 심리 상담 전문가를 불러와 눈의 피로도가 숙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나와 동료의 훈련 성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등을 교육했다. 이후 스마트폰 사용이 확실히 줄었다고 한다.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지시하면 의사 결정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겠지만, 심각한 부작용이 있다. 팔로어들이 따르는 척은 하겠지만 진심으로 열심히 하지 않을 확률이 높아진다. 새로운 시대 수평적 리더십의 전형을 정감독이 보여줬다.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