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상상력을 이용해서 설계를 하는 건축사로서 공상을 하다보면, 과거의 역사 속 건축을 떠올리기도 하고, 때로는 미래의 건축은 과연 어떻게 변화할까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도 한다.

미래 건축의 주요한 흐름을 살펴보기 전, 국내 건축환경은 어떨까? 국내 경제 성장의 둔화로 건축의 흐름이 더디어 가고 있고, 그에 맞추어 인구감소 변화에 따른 건축의 변화 또한 곧 나타날 듯 하다. 국내의 도시와 농촌 속 건물들은 공실이 늘고 있으며 대단지 아파트 또한 과잉시대로 치닫고 있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내의 주거 패턴에서 아파트 60%, 단독주택 17%, 다세대주택 12%, 다가구 주택 6% 정도라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파트에 거주한다는 통계다.

새로운 주택을 짓는 일이 점점 더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다 보면 현재 지어진 건물의 적극적인 재활용 방법이 모색될 것이다. 새로 짓는 건물들의 규제도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한국의 근대건축이 만들어낸 밀도있는 건축과 도시가 앞으로 미래건축의 토대가 되어야 한다.

미래건축에 대한 준비는 국내에서도 1990년도 이후 컴퓨터를 이용한 설계가 보편화되며 본격화됐다. 대부분의 건축 설계에는 컴퓨터를 이용한 CAD 및 BIM 시스템이 도입되었고, 친환경설계와 스마트한 디자인이 가능해졌다.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의 곡선설계는 프랑스 항공 우주기업 다쏘(Dassault)가 개발한 카디아 프로그램이 큰 역할을 했다. 이 방식은 현재 우리가 설계하는 도면에 따라 공장에서 철골이나 외장재 등을 재단하는 명령 프로그램을 써서 각종 자재들이 절단, 절곡된다. 과거에 비해 많은 발전을 한 것이다.

한국도 2010년 1월 수립된 ‘스마트시티’ 계획을 보면 2020년부터 일상적으로 앱을 통하여 집안의 모든 전력장치들을 조작하고 ICT기술을 통한 지능형 전력망이 구축된다고 한다. 실제로 제주도 구좌읍에는 스마트그리드를 위한 실증단지가 2011년 6월부터 운영되고 있다. 또한 자율주행차 및 드론을 이용한 공간정보, 스마트시티, 제로에너지하우스 등이 준비되고 있다.

독일에서도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기 위해 ‘인더스트리4.0’프로젝트를 통한 하이테크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기후, 식량, 정보통신, 이동성, 안전 등을 중점으로 계획 중이라고 한다. 호주에서는 이미 ‘BASIX’ 라는 에너지절감제도를 신축되는 일반 가정주택에 도입하여 에너지 및 물 절약목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서민들이 거주할 집의 미래에 대한 준비는 실로 경제적 부담이 될 것이다. 각 부서별 소통부재, 수요자 참여부족문제, 시험단지의 협소등 문제점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한 간접자본의 투자는 국가에서 모두 해준다고 하여도, 그것을 이용할 수 있는 장치들은 각각의 가정에서 비용을 부담하여 준비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정부에서 추진하는 도시는 서정적인 동네의 모습을 사라져 가게 하고, 나지막한 담장에서 나오는 정겨운 소리들을 들을수 있는 우리의 옛 마을의 모습을 더 그립게 할 것이다.

그러면 건축사가 준비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가. 친환경인증제도에 입각한 설계, 스마트홈을 구성하는 시스템 도입 등실로 현실적으로 많은 연구들이 필요할 것이다. 미래의 건축에 준비해야 할 디자인은 첨단시스템, 스마트홈, 스마트그리드 보다도 더 현실적인 ‘인간중심의 디자인’과 혁신적인 도시구성을 위한 다방면의 연구가 필요할 듯하다.

램 쿨하스는 자신이 집필한 ‘S, M, L, XL(1995년)’에서 ‘특징없는 도시’라는 글을 통해 이목을 끌었다. 그것은 곧 ‘특징 없는 인간’으로 해석된다. 미래의 건축은 테크놀로지의 방향 또한 중요하지만 인간의 풍요로운 행태를 미래라는 시간을 현재로 도입하여 예측하는 디자인이 아닐까 한다. 그리하여 더 아름답고 정겨운 도시가 만들어지고 칼로 잰 듯한 도시와 공원보다도 자연스러운 옛것들이 미래와 함께 공존하는 도시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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