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은 형태뿐만 아니라 색깔도 지역적 특성이 강하다. 비나 눈이 많이 내리면 지붕의 각도가 세지고 건조한 지방에서는 평지붕이 된다. 또한 지역마다 건축 재료가 다르니 이에 따라 건축의 색깔도 각기 특성을 갖게 된다. ▲대체로 유럽은 동서를 막론하고 주황색기와지붕이 대종을 이루며 간혹 검은색이 점박이처럼 끼어 있다. 황태자의 첫사랑으로 유명한 독일 하이델베르그시가 서구의 대표적이 사례라면 체코의 수 백 년 된 체스키크룸로프성은 동구의 대표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벽체 또한 화강석과 붉은 벽돌 그리고 흰 벽이 조화롭다. 이에 비하여 지중해변 집들의 벽은 흰색이고 지붕도 흰색인 경우가 많아 눈부신 태양과 푸른 하늘, 푸른 바다와 함께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 중에도 그리스의 산토리니섬은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대표적인 백색의 집들이 있는 곳이다. ▲인도의 자이푸라는 도시가 온통 핑크빛 건물로 채워져 있어 핑크시티란 별칭을 갖고 있다. 그 중에도 바람의 궁전이라 불리는 하와마할 궁전은 핑크색 사암으로 지어졌는데 궁정여인들이 바깥세상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창문이 아름답다. 이곳의 왕 자이싱2세는 영국 식민지 시절 자치권을 인정받은 후, 영국왕자의 방문에 맞춰 온도시를 핑크빛으로 바꾸게 하여 환영의 뜻을 표했다. 아이러니칼하게 당시 백성들의 피땀이 오늘 날 후손들의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시멘트, 유리, 철근으로 대표되는 근대건축의 출범 이후 국제주의건축양식은 이러한 지역적 특성을 보편화 시켰으며, 수많은 금속마감재와 특수유리가 등장한 현대건축은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온 건축의 기본 요소조차 깨뜨리는 파격적인 건축을 등장시키고 있다. ▲요즈음 인터넷매체들은 전 세계를 인공위성으로 촬영하여 외딴집 한 채까지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를 통해 하회마을이나 낙안읍성 등 전통적인 마을을 보면 검은색의 기와와 잿빛의 초가로 이뤄진 무채색이다. 그런데 조금만 벗어나면 형형색색의 지붕들 마을을 이루고 있다. 인터넷지도를 통해 각도별로 무작위 조사를 해보니 지붕색은 하늘색이 70%쯤 되고, 주황색, 녹색 순이었다. 새마을운동으로 슬레이트에 알록달록 관제 색깔을 입히던 때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또한 제주의 김녕리는 주황색마을을 이루고 있다. ▲정부에서 혁신도시를 아름답게 가꾸고 지역적 특성을 살리는 방안으로 도시별 건물색채계획 가이드라인이 내놨다. 그런데 지붕색의 경우색깔의 우선순위만 다를 뿐 대부분 같은 색깔이다. 또한 국민들이 선호하고 있는 하늘색은 없다. 그들은 색채 확정 전 인터넷으로 한국의 지붕색깔을 찾아봤을까? 색깔은 국민에 의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가이드라인이 또 다른 새마을 색깔을 만들지는 않을지 염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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