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인허가제도 혁신 닻 올렸다”

‘건축 인허가 관련 제도 개선에 관한 포럼’…건축 인허가제도개선 논의 본격화 장영호 기자l승인2019.11.04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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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훈 중앙대학교 교수 주제발표 “해외 선진국,
사회적 합의 필요한 도시적 단계서 논쟁 이뤄질 때만 심의,
건축성능 객관적 팩트체크 시스템으로 가야”

현행 건축 인허가제도 개선을 위한 첫 과제로 ‘도시-건축허가와 건축물 성능허가’를 제도적으로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주관적 판단에 따라 오락가락 자의적으로 이뤄지는 심의를 뿌리 뽑기 위해 정량적 표준지표로서 ‘건축기본법’에 명시된 ‘한국건축규정’을 서둘러 제정·운용해야 하고 현행 심의제도를 전면 폐지해 건축신고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건축 인허가 관련 제도 개선에 관한 포럼’이 서울건축포럼 주관하에 10월 30일 건축사회관 3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렸다. 최근 건축 인허가제도 개선안을 담은 건축법 개정안(윤관석 국회의원 대표발의)이 발의됨에 따라 개정안 취지를 살펴보고, 내용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날 발제를 맡은 전영훈 중앙대학교 교수는 (사)한국건축설계학회가 수행한 ‘건축인허가제도 개선방안 연구’를 발표하며, 해외 선진국의 건축인허가 제도 사례와 국내 인허가 제도의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국회에 건축 인허가제도 개선내용을 담은 건축법 개정안이 지난 9월 20일 발의된 상황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결과가 더해지며 논의가 한층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건축허가-심의 절차 개선은 국가건축정책위원회가 추진하는 주요 제도개선 작업 중 하나다. 발의된 개정안 내용은 현행 건축법에 규정된 ‘지역건축안전센터’가 건축허가 및 신고 업무까지 할 수 있도록 업무기능을 확대한 것이 뼈대다. 전문성이 부족한 공무원이 맡아 온 건축 인허가 업무를 전문가(건축사)가 수행토록 한다는 취지다. 정부는 지난 8월 22일 ‘건축행정서비스 혁신방안’을 발표하며, 디자인 심의에 앞서 지자체 건축 인허가 부서에서 진행되는 ‘허가 검토’ 기간을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지역건축안전센터 등과 검토업무를 분담해 30일에 이르던 종전 소요기간을 7일 이내로 줄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작년 4월부터 시행된 건축법 제87조의2에 규정된 지역건축안전센터는 건축사, 기술사 등 전문인력을 채용해 허가권자의 건축허가, 공사감리에 대한 관리·감독 업무 등을 지원할 수 있다. 다만 허가권자가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되는 것은 아니라서 예산문제로 전국 지자체 중 서울시 일부 자치구에서만 시행 중이다.
국가건축정책위원회는 건축 인허가를 거의 폐지수준으로까지 혁신하기 위해 한국건축설계학회,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의뢰해 ‘건축인허가제도 개선방안’을 연구하며, 국토부와 함께 건축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발제를 맡은 전영훈 교수는 “각 나라의 건축문화와 제도, 생산의 모든 기제의 정수가 인허가 제도에 집중돼 있는데, 해외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리나라가 많이 뒤떨어져 있음을 실감했다”고 연구를 마친 소회를 전하며, “선진국의 심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도시적 단계에서 논쟁이 이뤄질 때에만 한정돼 이뤄진다. 인허가는 건축이 공공재로서 기능하도록 성능에 대한 객관적인 팩트위주로 체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독일은 허가접수서에 ‘필요서류 확인란, 각 지자체별 허가 절차 안내서, 협의의제’ 시스템을 정량화시키고 설계 프로세스 및 기간을 예측가능하게 해 불필요한 분쟁을 최소화했다. 이탈리아도 신청서식에 업무절차에 필요한 각종 증빙서류를 체크리스트로 명시해 신청자가 사전에 충분히 행정절차에 필요한 사항을 인지하도록 하는 등 허가절차를 표준화했다.
도시설계와 건축설계의 위계도 명확했다. 일례로 영국은 인허가를 ‘도시·건축허가(Planning Permission)'와 ’건축성능허가(Building Control Approval)'로 구분했다. 도시-건축허가는 도시와 건축이 통합된 개념이다. 도시, 경관, 건축 디자인이 통합된 DAS(Design and Access Statement) 리포트 제출을 의무화해 건축사의 업무도 도시-건축 디자인에 집중된다.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도시와 건축의 통합 관점하에 인허가 제도를 운용하며, 도시 계획적 규제들이 허가 조건이 된다. 건설기술의 규정은 준공심사단계에서 정량적으로 규제됐다. 도시설계와 건축설계 단계에서 합리적 관리체계가 부재한 까닭에 건축허가 관련 심의·평가·인증·협의가 불명확하고, 위원회 간 심의 및 평가내용이 중복되는 국내와는 다른 점을 보였다.

또 해외 선진국은 다양한 형태·규모의 공공적 요구에 대응하도록 인허가 관련 행위절차를 다변화·간소화했으며 허가제도 내 ‘허가’, ‘간단허가’, ‘신고’ 등 다양한 운용방식이 있었다. 영국의 경우 건축성능 허가 때 건축사의 신용을 기반한 조건부로 인허가를 진행해 절차를 간소화했다. 이탈리아도 건축사의 총괄적 책임을 전제로 조건부 허가를 내주고 인허가 대상물의 완공에 필요한 각종 인증과 성능평가서는 건축사가 총괄하여 제출케 했다.
독일, 이탈리아는 2005년 이후 인허가 절차를 최소화해 대부분 체크리스트를 통한 정량적 규제로 간소화한 대신 사후 문제에 대한 책임을 강화했다. 영국은 건물에 하자가 생길 때 사업자등록증을 폐쇄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시행하고, 독일도 사후 문제 시 건축사가 모든 책임을 지도록 했다. 영국은 허가권자 90%가 건축사 자격을 갖춰 전문성도 확보했다.

▲ 자료=건축인허가제도 개선방안 연구(사.한국건축설계학회)

◆“궁극적으로 인허가는
   귀속주의로 가고 단지 심의는
   도시 관계된 것에 국한돼야,
   지역건축안전센터는
   미봉책이자 중간지대…
   인허가제도 개선은 오랜 시간
   집요하게 바꿔나가야 할 문제”

이날 주제발표 후 토론회에서는 해외사례 발표와 더불어 건축법 개정안의 뼈대인 건축 인·허가 업무를 ‘지역건축안전센터’가 맡는 것에 대한 타당성 여부와 현실성 문제가 쟁점이 됐다. 지역건축안전센터가 별도조직으로 인허가 업무를 대신하는 것 대신에 건축사 등 전문가가 공무원조직에 투입돼 전문성을 갖추는 게 더 바람직하고, 센터 운영기준에 대한 논란소지도 생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광환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은 “기존 법령체계를 완전히 바꾸려면 법 자체를 고쳐야 하지만 이건 국회 소관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가급적 기존 프레임을 적극 활용하자는 측면에서 ‘지역건축안전센터’가 (대안으로) 도출됐다. ▲한국건축규정 운용 ▲건축 인증제도 통폐합 ▲인허가제도 민간 이양 등은 관련 법을 개정하는 장기계획을 세워 진행해야 한다”며 “지역건축안전센터를 (인허가제도 개선) 지렛대로 생각한 배경은 인허가 담당 공무원의 전문성 확보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현 제도상 건축지도원, 업무대행제도가 있지만, 개선취지에 부합한 센터가 이미 도입되어 이를 활용하는 것이 용이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예산을 투입해 전문성을 높여 제대로 된 확인업무가 되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였고, 최선이라기보다는 차선책으로서 빨리 (다음 단계로) 넘어서야 하고, 한국건축규정을 어떻게 제정·운용하느냐가 관건이지만 어디서도 연구를 하고 있지 않아 문제다”고 밝혔다. 센터 운영을 위한 재원으로 건축허가 수수료로 충당한다는 것에는 “일본과 영국처럼 수수료를 현실화해야 하고, 수수료 부분은 기재부를 어렵게 설득했다”고 했다.

함인선 BHW도시연구연구소 대표도 “지역건축안전센터를 민간전문가에게 이양할 때 과연 이들을 신뢰할 수 있느냐가 (국가 입장에서는) 가장 큰 걸림돌내지 도전이다. 큰 방향에서는 더 이상 국가가 책임도 못 지면서 허가권을 갖고 좌지우지 한다는 건 맞지 않다는 점에는 모두가 이견이 없을 것 같다. 지역건축안전센터는 미봉책이며 근본적으로 인허가는 귀속주의로서 심의는 도시 관계된 것에 국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진국처럼 신뢰를 기반으로 전문가에게 권한을 주고 이를 저버리면 가차 없이 징계하는 징벌적 배상제도로 가야 한다. 오늘 논의된 수많은 과제는 한 두 번에 끝날 게 아닌 아주 오랜 기간 집요하게 바꿔나가야 될 문제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표된 연구결과도 건축물 성능평가의 절차 및 기준은 주관적 가치판단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현행 심의제도는 전면 폐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또 건축물의 성능 평가기준은 ‘한국건축규정’ 운용을 통해 해결 가능하므로 서둘러 ‘한국건축규정’을 제정 및 운용하는 것이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이날 포럼을 주관한 서울건축포럼의 박현진 건축사(온디자인건축사사무소)는 “포럼이 건축인허가에 대한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통로로서 역할을 하기 바란다”며 “실제 입법화 과정에서 건축계 의견을 최대한 담아 반영하고자 노력할 것이며, 향후 두세 번 정도 포럼을 더 열어 중지를 모을 계획이다”고 밝혔다.

건축사들은 인허가제도에 많은 불편을 토로하는 만큼 여러 의견을 전했다. A건축사는 “센터에 인허가 권한을 위임하는 것은 관의 처벌중심 권한이 강력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윤리 및 법적책임에서는 건축사들의 자체적 징계권한으로 윤리가 바로서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B건축사도 “건축사의 책임이 커질 염려가 큰데, 법령 및 조례가 자주 바뀌는 상황에서 인허가 또는 감리가 끝난 후 오류가 생길 때의 건축사의 책임소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장영호 기자  yhduck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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