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CPTED 개발 논의할 때”

2019 경찰청-건축도시공간연구소 범죄예방환경설계 포럼 개최, 구체적 가이드라인 개발‧경찰 전문가 양성‧범죄예방 성능 기준 마련 등 과제 봇물 임경호 기자l승인2019.09.23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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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2019 경찰청-건축도시공간연구소 범죄예방환경설계 포럼'에 참석한 패널들이 '한국형 CPTED 개발을 위한 과제'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건축물을 이용한 범죄예방과 관련된 각계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국내 상황에 맞는 CPTED 개발을 위한 물꼬를 텄다. 이를 위해 ‘범죄예방 건축기준 고시’의 실현 방안을 확보하고, 건축물의 범죄예방 성능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는 한편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실효성 높은 가이드라인을 제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축도시공간연구소(AURI)와 경찰청은 9월 1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문화마당에서 ‘범죄안심 공동체, CPTED의 미래’를 주제로 2019 경찰청-건축도시공간연구소 범죄예방환경설계 포럼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CPTED(셉테드,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는 건축·도시 디자인을 통해 범죄를 예방하는 방법으로 2015년 4월 1일 ‘범죄예방 건축기준 고시’가 제정돼 500세대 이상 아파트에 CPTED를 의무적으로 적용하게 됐다. 지난 7월 31일에는 해당 고시가 개정되며 단독 용도의 단독주택을 제외한 모든 종류 주택에 CPTED 적용이 의무화 됐다.

대검찰청이 발표한 ‘2018 범죄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발생한 범죄의 총 12.7%가 주택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 같은 환경에서 CPTED의 적용 범위가 확대되며 건축물을 통한 범죄 예방 효과에 관심이 쏠린다.

◆ 한국형 CPTED 논의할 시점
   
법적 실효성‧경찰 전문성 확보 방안 필요

이날 패널토론에서는 강용길 치안정책연구소 연구관이 셉테드와 관련된 3가지 현안을 도마에 올리며 논의의 폭을 넓혔다.

우선 해외에서 유입된 개념인 셉테드를 우리나라에 맞는 방식으로 발전‧적용시키기 위해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현재 셉테드와 관련된 제도, 논의수준, 인식 등은 과거에 비해 상당히 발전한 수준으로, 국가별 맞춤형 건축물 범죄 예방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논의를 거듭해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용길 연구관은 개정된 ‘범죄예방 건축기준 고시’를 실현할 방안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개정안으로 셉테드 적용 의무화 대상 범위가 한층 확대됐지만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때 가할 벌칙 규정 등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넓어진 범위만큼 실효성을 높일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지자체에서 건축물을 평가할 때 평가항목에 범죄예방고시 기준 등을 포함하는 식이다. 이를 위해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평가절차와 평가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게 그의 제안이다.

건축물을 활용한 범죄예방 분야에서 경찰청(관)의 전문성 확보 방안도 논의해야 할 문제로 떠올랐다. 강용길 연구관은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 왜 주기적으로 ‘CPO(범죄예방진단경찰관)’가 바뀌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CPO들이 (전문성을 갖고) 제대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경찰청에서 이들을 지원한 뒤 셉테드 사업에 투입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CPO를 단순히 보직의 종류가 아니라 경찰청 차원에서 양성하는 공인 범죄 안전 전문가로 길러내는 방안을 제시한 셈이다.

◆ “‘범죄예방 성능’ 기준, 건축계와 협력해야”
   소비층 특성 반영한 가이드라인 마련

강부성 서울과학기술대 건축학부 교수는 건축물의 ‘범죄예방 성능’이라는, 일종의 개념을 잡아가는 과정에서 건축계 전문가와 협력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강 교수는 “건축물의 ‘범죄예방 성능’은 기존의 ‘방범 성능’과 조금 차이가 있다”며 “이런 것들을 제대로 바꾸는 과정에 건축계와 긴밀히 협력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부성 교수는 사업 지속성 측면에서도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사업을 지원해 나가는 방법보다 사업을 시행할 수 있도록 ‘판’을 마련해주는 방법을 제안했다. 그는 “각 지역에 공동체 개념의 환경을 조성해 (지역별로 셉테드 사업을 벌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좋겠다”며 “건축물이 가진 범죄예방 성능을 건축물대장에 기록하는 등 부동산을 거래할 때 확인할 수 있게 하면 범죄예방 효과가 있는 건축물의 (민간)소비도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도선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정책 소비층의 특성을 반영해 셉테드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에 주목했다. 지역‧인구‧사회적 특성과 행정효율성 등 보다 정책이 적용될 곳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통해 실효적인 가이드라인을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한 셉테드 적용 주체가 되는 다세대‧다가구‧연립주택 등 사적 영역에 대한 정부 예산 투입 여부‧범위 등도 향후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이도선 교수는 내다봤다.

◆ “「건축물관리법」에 건축물 성능 유지, 범죄예방 항목 있어”
   패널티 부과‧건축물 정보 공개 등 추가 논의 필요

조영진 AURI 범죄예방환경연구센터장은 토론이 끝날 무렵 패널들의 의견에 살을 보탰다. CPTED를 연구하는 실무자의 입장에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보다 생산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답변으로 해석된다.

조영진 센터장은 “올 4월 30일 「건축물관리법」이 공포됐는데 의무적으로 건축물의 성능을 유지해야 하는 부분에 범죄예방 항목이 포함돼 있다”며 “범죄예방 건축고시 기준 등에 벌칙을 둬서 실효성을 확보하는 방안은 따로 법을 제정하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건축물 성능에 대한 기록은 건축물 생애이력 관리시스템에 저장하게 돼 있는데, (부동산 거래 등으로) 대중에게 공개할지 여부는 차후 논의가 필요하다”며 “비용 지원 문제도 정부 뉴딜사업의 집수리 지원 사업처럼 제도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서구권과 한국의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에 대한 인식이나 구분 차이 등 국가별로 다른 기준에 따른 CPTED 적용 문제, 경찰 전문가 양성에 따른 사회적 이점 등이 함께 논의됐다.

임경호 기자  port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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