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설계공모는 기원전 480년 경 아크로폴리스의 건축에서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로마의 스페인계단, 피렌체의 브루넬레스키가 디자인한 돔 등등 민주화되는 사회에서 경쟁에 의하여 좋은 계획안을 뽑아왔다. 설계공모가 필요한 이유는 계획안을 탄생시킨 건축사의 의지의 자율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이다. 관광명소인 비엔나의 역사박물관과 자연사박물관도 설계공모 후 썩 좋은 안이 없었는지, 운영위원이었던 고프리드 젬퍼(Gottfried Semper)가 두 건물을 자기의 디자인으로 제안하여 지어졌다. 위너테익스올(Winner Takes All)의 경쟁 속에서 과연 누가 봐도 최고의 디자인이 선택되는지에 대한 잡음도 그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설계공모가 주는 장점은 당선안의 작품성에 대한 명분으로, 우리나라의 상황에서는 발주처가 쉽게 바꿀 수 없는 원안의 근거가 되어야 한다.
국건위의 발제로 의식 있는 건축사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해서 좋은 안을 뽑는 문화를 만들어 가면 다른 공공기관에도 전파되어 차차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물량이 많은 공공기관이 채택한 심사방식에는 온전히 적용되지 않았다. 오히려 심사위원 구성의 공정성 시비로 인해, 학연으로부터의 공정성과 기회균등을 추구하며 학회나 협회 등등에서 회장단이 추천한 심사위원들로 구성된 다소 임팩트가 떨어지는 공모전 등으로 후퇴하게 되었다. 개개의 설계공모들은 품격의 폭이 커서, 오래된 관행적 공모와 더불어 심사위원의 혁신성이 겸비된 공모까지 다양하게 존재할 수밖에 없다. 명확하건데, 설계공모를 준비하는 공공기관과 운영위에서의 핵심은 첫째로 지침의 명확성, 둘째로 심사위원의 전문성이다. 과제로 준 건축프로그램에 따른 지향점을 평가할 수 있는 심사위원들에 의해 명확히 심사되도록 준비하여야 한다.
건축사들은 공모에서 프로젝트를 얻기 위해 무한경쟁의 굴레에서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건축하는 이들이 꿈꾸는 이상적 도시환경은 건축적 혁신과 더불어 공간적 평등일 것이다. 보수적이거나 혁신적이거나 모두가 대의명분으로 삼을 수 있는 미션이다. 그렇다면 설계공모에서 승자와 패자가 인정할 수 있는 마지노선은 무엇일까? 건축적 혁신, 공간적 평등 등등 지어지는 건축물에 기대를 걸기 보다는 어쩌면 산모의 고통에 대한 정당한 평가일 것이다. 산모가 될 수 있는 자격을 가지기 위해 100명의 지원자가 산고의 리허설을 한 것에 대한 엄정한 평가 말이다.
올해 5월부터 시행한 심사위원자격이 보다 건축계획에 핀트를 맞추며 건축계획, 설계분야의 5년이상 경력의 교수와 건축사만 심사하기로 하였지만, 필자는 심사위원들의 경력과 기준이 강화되었으면 한다. 현재까지는 건축학 교수로 퉁쳐서 갈음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심사에서 안에 대하여 같은 수준의 토론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지만, 건축 본연의 이상과 현실의 문제만도 수두룩하기 때문에 각자의 경험에 의한 기술적인 불가능성에 대한 의견제시로만 끝나는 경우가 많다. 건축사는 경력보다는 수상실적과 공모전당선여부가 기준이 되었으면 한다. 다시 말하지만 설계공모 성공의 절반은 심사위원 구성의 일관적 원칙인 전문성이다. 본인보다 전문가에게 심사받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또한 시행된 발주처의 명확하지 않은 심사기준에 대한 개선도 여전히 응모자나 심사위원에게 혼선을 주기가 여러모로 충분하다. 발주처에서 새로운 건축에 대한 기대로 예를 들어, 스마트건축이나 친환경건축, 또는 로봇기술이 적용된 건축 등등에 혁신적인 방향을 원하지만 심사위원들의 역량이 따라주지 못할 때가 많다.
일부 응모자들이 독점하는 공동응모에 대한 제재도 필요하다고 본다. LH 설계공모방식에서 배울 점은 1년마다 동일 응모자의 당선갯수의 쿼타를 정하여 응모자의 수를 조절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조달청과 같이 물량이 많은 여타 기관에서는 쿼타가 없는 관계로 심사위원들의 지역적 구성에 맞추어 서울업체와 지역업체가 대표응모자, 공동참여자를 넘어 “히든”으로 참여하여 심사위원들과의 관계성을 부각하여 상대응모자를 기죽게 하기도 한다. 한 기관에서 1년의 당선횟수를 정하는 것과 더불어 이면계약에 대한 제재도 동시에 필요하다. 설계공모는 기회균등의 의미도 있다.
설계공모시스템이 업그레이드하는 데는 쓰레기로 가득찬 방에서 닥치고 치우는 식으로 부작용이 생기면 생기는 대로 제도를 고쳐나가는 게 필요하다. 국토부가 할 일이 적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국내의 건축사사무소들이 특화된 설계분야가 없는 것이 물량이 작아서일 수도 있지만, 설계공모시스템의 후진성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건물유형대로 특화된 건축사사무소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해가며, 더 크게 보면 외국에 통하는 건축경쟁력을 갖추는 지름길은 설계공모시스템의 끝없는 업그레이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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