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인 밥
- 함민복

詩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덮여 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 함민복 시집 / 창비 / 1996년


희한한 시공자를 만난 적이 있다. 정당한 견적이어서 건축주에게 그를 추천했고, 그가 공사를 맡았다. 일에 빈틈이 없고 문제가 생기면 임의로 처리하는 일 없이 꼭 상의를 했고 문제를 해결했다. 그런데 일이 끝나고 그가 나에게 심각하게 상의를 해왔다. 돈이 너무 많이 남았다는 것이다. 나는 당신이 현장관리를 잘해서 그런 거니 뭐가 문제냐고 달랬다(?). 그랬더니 그는 건축주에게 보기 과할 정도로 선물을 해댔다. 언제나 일에 대한 보수는 박하다고 느껴지는 법이다.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는 그런 방법이 있을까? (그 다음 공사에서 그 시공자는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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