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나는
눈 먼 자가 되었다

- 강정


걸을 땐,
다리여 사라져라

네가 내 이름이 되지 않도록
땅이 너를 탓하지 않도록

- 『그리고 나는 눈 먼 자가 되었다』 / 강정 시집 / 문학실험실 / 2019년
오이디푸스의 불운은 아버지 라이오스의 죄 때문이다. 라이오스는 젊은 시절 피사의 왕 펠롭스의 아들인 크뤼시포스에게 동성애를 강제했고, 크뤼시포스는 그 수치심으로 자살한다. 이 때문에 라이오스는 아들을 낳으면 그 아들의 손에 죽임을 당하고 아들이 어머니를 취하게 된다는 벌을 신탁으로 알게 된다. 그래서 오이디푸스가 태어나자 발을 실로 꿰어 내다 버린다. 오이디푸스(Oedipus)는 부은 발(swollen foot) 또는 발이 부은 자란 뜻이다. 오이디푸스의 부은 발은 그가 아버지의 죄를 벌하는 도구로 쓰일 운명이라는 것을 상징한다. “땅이 너를 탓하지 않도록” 그 상징이 사라지면 운명이 그를 몰라보고 비껴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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