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직선제 부결을 보고-

지난 2월 정기총회에서 당연히 통과 될 줄 알았던 회장 직선제가 또다시 부결되었다.

그동안 대의원 총회에서 간선제로 시행해 오던 것을, 회원들의 참여와 주인의식을 높이기 위해 수 년 전부터 준비해 왔던 터라, 올해는 문제없이 통과 될 줄 믿었었다. 더구나 정관개정 특위의 담당이사 중 한사람으로서 전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 등을 지켜보아 왔으므로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나는 설계를 천직으로 알고 살아가고 있는 시골 건축사다. 지난 2년 동안 능력에 넘치게도 대한건축사협회 이사를 맡아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이지만 협회를 느껴볼 수 있었다.

여러 가지 문제점과 안타까운 점이 많았지만, 대한건축사협회는 아름다운 원로들이 아쉽다는 점이었다. 사사건건 보이지 않는 손으로 협회의 일에 간섭하는 것은 곱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번 직선제 문제에 관해서도 전직 회장을 지낸 모 고문은 시기상조라는 논리로 강력히 반대했었다. 하지만 진정성이 느껴지기 보다는 직선제 시행 시 잃어버릴지 모를 영향력에 대한 미련일지 모른다는 느낌이 짙게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대한건축사협회는 오랫동안 대의원을 통해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해왔다. 회원 20명의 의견을 1명의 대의원이 대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처럼 75%가 넘는 회원들의 직선제 찬성의견이, 그들을 대변하는 대의원을 통해 60%도 안 되는 왜곡을 보면서, 대의원제도의 운영에 대하여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대의원은 비록 1년에 한두 번 총회에 참석하는 것이 전부이지만, 지난번처럼 협회 통합문제, 이번의 회장 직선제 등 협회의 명운이 걸린 중요한 결정을 대의원들이 회원들을 대표하여 행사한다. 원로라는 이유로 대의원이 된다면, 다양한 회원들의 의견 수렴은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젊은 회원들의 협회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은 더욱 심화 될 것이다.

총회에 참석하여 보면 거의 매년 보던 얼굴이다. 이런 분들이 어떻게 다양한 의견을 가진 전체 건축사들을 대변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

이제부터라도 다양한 회원을 대변 할 수 있는 대의원 선출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다.

우선 연령대별 대의원 할당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처럼 원로 위주의 대의원으로는 전 회원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젊은 회원으로 하여금 소외되지 않고 협회 일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65세 이상 추대회원들은 후배 건축사들의 희생으로 회비를 면제해 주고 있는데, 이제는 젊은 후배들에게 대의원 정도는 양보해 주어야 한다.

아울러 역대 회장을 지낸 고문들은 종신 대의원으로 되어 있는데,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직전이나 전전회장 정도는 몰라도 모든 고문을 대의원으로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자고로 전직이나 고문들이 설치는 단체는 미래가 없다.

회원들의 최소한의 바람인 회장직선제가 2년 연속 부결 되는 것을 보면서 우리 대의원들이 진정한 회원들의 대표인가. 협회의 미래는 있는가. 머리가 복잡하다.

직선제가 부결되어도 남의 일처럼 무관심한 회원들을 보면서 암울함 마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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