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라는 이름의 유혹

양성필 건축사l승인2019.08.16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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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작가가 널려진 세상이 되어서 수없이 많은 작품전과 작가들을 주변에서 쉽게 만나게 된다. 게다가 과거에 예술이라고 하면 음악과 미술 정도로 여겨졌었지만 이제는 창작활동을 하는 모든 분야에서 예술가의 지위를 부여해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건축이 예술인가?”라는 질문은 이제는 우문(愚問)이 되었다고 여겨질 만큼 당연하게 예술의 한 분야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그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역사라는 시간을 놓고 생각해보면 건축에 그러한 지위를 부여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건축물을 하나의 독립된 작품으로 인정하기 시작할 때 당연히 따라붙는 것은 작가라는 이름이다. 작품이라는 것은 작가라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역으로 작가의 능력이라는 것은 작품으로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가끔은 그러한 단순한 명제에 대해서도 사유의 시간을 배려하지 않은 채 건축사는 당연히 작가가 되어야 한다는 욕망으로 건축에 임하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본다.
건축은 다른 예술분야하고는 많은 부분에서 성격이 다르다. 일단은 건축전시회를 할 때 전시되는 것은 작품의 원본이 아니다. 다른 예술전에서는 작품의 원본을 전시하여 평가를 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건축은 원본을 가져다가 전시할 방법이 없다. 아마 작품 원본이 전시회를 열어야 할 미술관보다 더 클 경우도 허다할 테니까. 건축전에서 전시되는 것은 냉정하게 말하면 건축물에 대한 설명과 안내문과 사진자료 등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해서 전시된 사진과 도판을 건축작품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 말은 건축예술은 전시를 목적으로 기획되는 예술품이 아니란 이야기이다.
두 번째는 건축설계는 작가 개인의 성취물이 아니다. 최근에 모 미술가가 자신의 작품을 직접 그리지 않았다고 해서 곤혹을 치룬 일이 있었다. 직접 예술품을 제작해야 그 작품의 작가라고 할 수 있다면 모든 건축사는 작가가 아니다. 물론 지금 예술의 개념에서는 작가와 제작자가 일치해야한다고 주장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단순히 설계계약서에 이름을 적었다고 작가가 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건축사로서 스케치 몇 장을 그려주었다고 해서 그 건축물의 작가라고 할 수는 없다. 하나의 건축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매우 많은 조력자를 필요로 하고 그 과정은 현대화되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게다가 건축물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부분에서 의뢰인의 의지가 반영되고 있는가. 애초에 건축에서는 작품과 작가가 일대일로 대응되는 관계가 성립되기 어렵다.
세 번째는 근대미술의 고민이었던 기능 혹은 용도에서의 자유로움이 근본적으로 건축에서는 불가능하다. 건축은 결코 자유로운 의지에 의한 창작물이 아닌 것이다. 건축에서의 모더니즘이 아무리 역사와 장식 등에서 자유로워지려고 했다고 해도 점·선·면 만으로 순수미학을 실현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던 미술에서의 모더니즘운동처럼 순수예술을 실현할 수 없다. 최근 현대미술에서 부각되는 설치예술처럼 잠깐 세웠다가 치워버릴 수 있는 그런 자유로움 또한 건축에서는 없다. 아무리 독창적인 디자인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 고정된 이미지는 낡고 고루한 것이 될 수밖에 없으며 박제된 예술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것이다.
작품이 되기 어려운 건축의 속성을 고려한다면 작가가 되려고 하는 건축사의 욕망 또한 성취하기 어려운 것이다. 또한 한편으로 작품이 되기 위해서 건축 자체의 목적성을 훼손한다면 오히려 작품을 하려는 노력 자체가 무의미한 것은 아닌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작품인가 건축인가? 물론 이 질문은 많은 용어의 혼란을 주는 질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건축사가 작가가 되려는 꿈으로 인하여 건축물이 본연의 목적에서 멀어지려고 한다면 이는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우리는 과거에 작가라는 이름이 없이 공동체사회에서 만들어진 수많은 건축물을 알고 있다. 작가라는 이름에 욕심을 내기보다는 좋은 건축물 하나 만들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집중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란 말인가?

양성필 건축사  건축사사무소 아키제주<제주특별자치도건축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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