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은 도시개조에서 시작한다”

폐쇄적 아파트 단지, 고립된 ‘섬’되어 도시기능 차단
“길 향해 열린 단지 조성해 걷고 싶은 길 만들어
다양성·공동체 위한 건축 지향해야” 의견
아파트 재개발 때 공용 도로 대가로
용도지역 구분 없애고 용적률 거래할 수 있는
‘특별도심화지역’ 설정, 고층 복합주거 타워 허용해
도시경관·관광산업 자원 활용해야

◆ 부동산 가격 폭등의 원인 :
   상품이 되어 버린 건축, 주식처럼
   일일 시황을 가능하게 하다

산업화 이후 주택문제의 핵심은 공급이었다. 1기 신도시가 발표된 건 1989년. 집값이 폭등하고 주택난이 심해지자 정부는 ‘주택 200만호 건설 프로젝트’ 일환으로 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등 5개 신도시 건설을 발표했다. 과감한 정책 덕분에 주택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 했으나, 2000년대 이후 자유화된 부동산 가격 정책덕분인지 다시 주택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정부는 다시 2003년 2기 신도시(판교, 위례, 광교, 동탄, 김포, 파주, 양주 등)를 발표한다. 역시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서였다. 이땐 공급의 개념보다는 가격변동성으로 인한 시장 불안정이 더 큰 쟁점이었고, 2000년대 이후 정부 정책은 가격 변동성을 줄이는 노력도 병행한다.
바로 부동산 세금이었다. 하지만 강력한 세금(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세)의 통제는 시장 경직성을 가져왔고, 이들 세금이 상수가 되는 순간 다시 집값 상승의 악순환을 불러오고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각종 금융대출 심사가 강화되며 수요 억제를 유도했으나, 중산층의 거래를 막는 부작용을 낳았다. 중서민층으로 하여금 부동산 구입의 문턱을 낮춰, 가격 변동성을 억제하려 적용한 정책들이 실제 시장에서는 되레 집값을 자극하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고 현 부동산시장 상황을 진단했다.
부동산 가격 변동성 대상의 주거형식은 단연 아파트다. 특이하게도 부동산 개발의 통상 규칙인 개발가능성이 높은 토지가 가격 폭등의 주범이 되어야 하나, 국내의 경우는 아파트 단지들이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개발 가능성이 부족하고, 개별적 개발이 불가능한 아파트 단지들이 왜 집값 폭등의 주범이 되고 있을까.
표준화 된 아파트 평면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 점은 아파트가 재화적 가치를 가지며, 수요자가 집을 보지도 않고 살 수 있게 해버렸다. A건축사는 “평면의 단일화는 아파트를 상품화시켜 주식처럼 시장상황에 따라 가격변동이 가능케 했다”며 “대규모 단지가 될수록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 도시 외곽이었던 곳이
   도심화로 바뀌어도, 섬이 되어
   도시기능을 차단하고 있다

아파트는 연결과 공유의 관점에서도 문제점을 노출한다. 단순 평면으로 구성된 몇 백, 몇 천 가구의 아파트 단지들은 도시구조가 확장되더라도 도시의 일환이 아닌 섬으로 분리돼 기존 도시와 단절된다. 사회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분리된 별도의 세계가 되어 버리는 셈이다.
프랑스 크리스티앙 드 포잠박 사무실에서 20년간 도시계획 프로젝트 담당자로 근무한 송현정 프랑스 건축사(2PORTZAMPARC)는 “끼리끼리 모여 사는 주택모델은 도시의 일부를 민영화하는 것이며, 재개발의 가능성을 어렵게 한다. 공공소유라는 개념이 무엇보다도 우선되는 곳이 도시인데, 주위 환경과 차단된 이런 현상은 마치 신체 내부의 혈관구조를 막아버리는 혹 덩어리와 같다”고 지적한다. <월간 건축사 2019년 2월호 건축담론 참조>

◆ 21세기 도시는
   제조업 기반의 창조성 확보하고,
   4차산업 혁명의 도시가 돼야

미래 건축, 도시와 관련해 생각해보려면 도시 변화 요인, 즉 도시를 형성하는 복합적인 매커니즘을 이해해야 한다. 4차 산업 혁명의 특징은 ‘초지능’, ‘공유’, ‘초연결’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개개인의 상호 연결과 반응의 환경에서 산업의 효과가 극대화 된다. 근거리 반경에서 자재공급 수급 체계를 필요로 하는 개인 제조업 탄생이 활발해지고, 자동구매·무인화가 빨라져 전통적인 유통 생태계 구도가 리셋 된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가 선택되며, 친교·사교는 철저한 개인적 취향의 공통점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이런 라이프스타일에서 도시 구조는 바뀐다.
한 미래전략연구소 관계자는 “다양한 도시변화 요인들이 도시의 구조와 입지, 기능과 연결돼야 하나, 이런 시대 변화를 우리나라 도심 내 섬처럼 울타리 쳐진 아파트 단지들이 담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 개별화된 주상 복합의
   다양한 기능을 가진
   독립 주거 건축의 가치

1인가구, 고령화, 정보기술의 발달 등 도시 구조를 바꿀 요인들을 고려한 미래 도시 윤곽을 그려볼 때, 앞으로의 주거 방향은 어떠해야 할까. 특히 기존 도시조직과 커뮤니티로부터 단절되어가는 오늘의 주거를 들여다보고, 기성시가지와 연결·공유하는 새로운 도시주거모델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른다.
김도년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미래도시융합공학과 교수는 “이제 대규모 아파트 단지보다는 기존 도시체계를 존중해 계획에 반영한 새로운 도시공동주택모델이 필요하다”며 “도시환경과 공공활동에도 부합하는 새로운 형태의 주거 및 도시에 적합한 단지에 대한 건축적 고민, 공유에 대한 개념을 구체적으로 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지역 공동체에 개방해 함께 쓸 수 있는 시설을 함께 조성하는 새로운 건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월간 건축사 2019년 2월호 건축담론 참조>

일각에서는 고도로 집적화된 도시주거 기능이 필요하고, 스프롤현상으로 외곽이 도심으로 편입되며 조성되고 있는 현재의 주거단지가 대대적인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B건축사는 “도시 공용가로 확대와 함께 단지로 울타리가 둘러쳐진 주거단지를 분리 구성해야 한다”며 “주거단지는 개별화된 독립주거 건축으로 분리해 다양한 세대와 평면을 가진 타입들로 확대 공급하고, 다기능의 타워로 구분하여 짧은 동선 내에서 생활의 상당기능들이 이뤄지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길을 향해 열린 단지를 조성해 걷고 싶은 길을 만들고, 개별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건축 및 공동체를 위한 건축’을 지향해야 한다는 논리다.

◆ 도시 재개발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새로운 도시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개발권 거래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건폐율·용적률이 정해진 용도지역 구분을 없애는 ‘특별도심화지역’을 설정하고, 이들 지역에선 용적률을 거래도구로 삼아 기존 아파트 단지가 재개발 될 때 공용 도로를 대가로 받아 사회에 환원하자는 것이다. 창의적 건물을 위해 건폐율, 용적률 등을 완화적용할 수 있는 특별건축구역과는 차별화된 개념이다.
용적률로 매입한 도로들은 보행, 자전거, 도로공용기능을 수행하며 도시의 접근성을 높인다. 해외에선 이런 오픈블록 개념적용이 이미 시도되고 있다.


파리 동남부 마세나(Massena in Paris) 재개발지구가 대표적이다. 근대도시의 조닝이 배제해버린 길과 전통적인 블록의 구성을 새로운 논리로 만들어 실험한 지구 중의 하나다. 수많은 길들이 만들어져 주위 환경과 긴밀히 연결되어 외부와 차단되지 않고 열려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길의 네트워크로 나뉘어진 작은 블록들은 필요에 따라 기능을 전환시킨다든지, 재개발이 필요할 때 블록단위 또는 건물 단위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유연성이 있다.
서울시의 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참여한 C건축사는 “새로운 도시구조를 위한 기준이 될 특별도심화지역을 위해선 ‘도심화 지수’를 별도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들 특별도심화지역 대상의 단지들은 거래된 용적률로 고층 복합주거 타워로 허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선 마스터플랜 작성을 위해 조율할 기관·직책도 별도로 마련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들 지역에서 재건축되는 개별 주상복합타워들은 맨하탄식 주거공간으로서 상업지구에 준하는 용적률 적용으로 충분한 사업공간을 확보할 수 있으며, 공공임대 기능 또한 일정 비율로 설정할 수 있다. 고층 주상복합 타워들의 경연장이 되어 우리 획일화된 도시경관에 관광산업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고, 일자리 창출 및 경제활성화 자극제가 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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