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학교건축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교실과 복도로 이루어진 천편일률적 공간으로는 학생들의 정서적·심미적 요구뿐만 아니라, 미래교육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공간들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음을 사회 전반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따라서 학교건축과 공간이 공공시설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건축사를 비롯한 학교건축에 관여한 전문가들이 그 책무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학교설계는 학생들의 시선으로 교사의 마음으로

교육부는 금년 3월 27일 학교공간혁신추진단을 구성하여 학교공간혁신사업의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간혁신사업은 서울시교육청의 ‘꿈을 담은 교실사업’이나 광주시교육청의 ‘아지트 프로젝트’ 등 전국적으로 다양하게 진행되었던 공간재구조화사업을 모태로 하고 있다. 교육청마다 특색있게 진행되었던 공간재구조화사업은 열정적인 교사, 학생, 그리고 신진 건축사들이 힘을 모아 학교공간을 변화시키는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다.
이러한 성과와 자신감은 학교건축과 공간을 바라보는 기존의 시각과 태도를 변화시키고 있다. 즉 학교건축 설계가 공무원이나 설계자를 선정하는 전문가들의 시선에 맞추기보다는, 학생들의 시선으로 교사의 마음으로 설계되어야 한다는 새로운 태도(attitude)가 요구된다.

학교시설사업의 새로운 장(場)

이미 각 시·도교육청은 유능한 총괄기획가를 임명하였고, 금년 사업대상들을 결정하여 8월 이후 학교 현장에서 본격적인 사용자 참여설계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현재는 영역(공간)단위사업 위주로 추진되고 있으나, 올 하반기부터는 개축사업, 내년에는 학교신축 설계까지 혁신사업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이처럼 공간혁신사업은 공간재구조화를 뛰어넘어 증개축, 신축 등 학교설계 전반을 학생과 교사와 함께 하는 새로운 설계의 장(場)을 펼치고 있으며, 건축사들의 참여 기회를 활짝 열어 두고 있다.

학교 공동체(school community)가 함께 만들어 가는 학교건축

과거처럼 소수의 독과점적 학교설계 방식으로는 학교공간의 혁신을 이룰 수 없다. 사용자인 학생, 교사, 학교, 지역주민뿐만 아니라 총괄기획가, 퍼실리테이터, 건축사 등이 함께 학교 공동체(school community)를 형성하여 함께 학교를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
그리고 관주도의 학교시설사업 패러다임(paradigm)을 민·관협력 체제로 바꾸고자 한다. 이를 위해 지난 6월12일 교육부총리와 대한건축사협회장, 한국건축가협회장, 대한건축학회장, 교육시설학회장이 다자간 MOU를 체결하여, 학교공간혁신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힘을 모을 것을 약속한 바 있다. 대한건축사협회는 학교공간혁신사업에 참여하는 건축사들을 위한 교육 및 연수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학교공간혁신사업과 건축사의 역할

학교공간혁신사업에 건축사가 참여하는 범위는 매우 넓다. 즉 교육청 공간혁신총괄기획가에서부터 단위사업의 퍼실리테이터, 기본설계자, 실시설계자 등에 이른다.
대구광역시교육청 등 일부 교육청에서는 건축사가 총괄기획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미 퍼실리테이터 교육을 수료한 건축사들도 많다.
건축사는 학교현장에서 공간교육, 디자인 워크숍 등을 통하여 도출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여 건축적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공간재구조화사업에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열정만을 강요했던 측면이 있어, 이번 공간혁신사업에서는 적정한 보수가 지급되도록 하여, 많은 건축사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이처럼 공간혁신사업은 일부 건축사에 국한되어 있던 학교설계를, 다수의 건축사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새롭고 다양한 학교 공간과 형태를 창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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