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설계도서 악용한 ‘설계대가 헐값요구’, 악용 대책 및 인허가대행 용역비 마련 촉구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주택표준설계도서의 취지가 부동산업자 배불리기 위해 만든 도면이 아닌데…”
정부가 마련한 ‘표준설계도’가 업계에 혼란을 낳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논란이 예상된다. 다음은 관련 문제를 직접 겪었다는 한 건축사의 사연이다.

지역에서 몇 년째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A건축사. A건축사는 며칠 전 부동산업자에게 황당한 연락을 받았다. 부동산업자는 건축 신고를 받은 뒤 토지를 매매하려고 그를 찾았는데, 이 과정에 소요되는 비용인 설계비를 아끼려는 모습이 역력했다고 한다. 부동산업자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선택한 수단은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주택표준설계도면’이었다. 업자는 A건축사에게 표준설계도면 PDF파일을 내밀며 배치도 작성 및 건축신고필증 교부 대가로 약 50만 원을 제안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부동산업자가 제안한 금액이 ‘비상식적’이라고 생각한 A건축사는 이와 관련해 한국농어촌공사에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악용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답변뿐이었다고 A건축사는 토로했다.

이처럼 지난 306호 건축사신문 <표준설계도서, 건축사 업역·대가 모호…‘안전성 문제’ 비화 지적도> 기사에서 지적한 문제가 거듭 발생하고 있다. 설계비를 아끼려는 건축주나 부동산업자의 수요와 맞물려 표준설계도서가 건축사의 업무대가를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표준설계도서와 관련해 ‘건축신고 등 인허가 행정절차는 허가권자에게 문의하시기 바란다’고 홈페이지에 고지했지만 명확한 업무 범위와 대가 분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모양새다. ‘표준설계도서’라는 명칭에 이를 활용한 유관업무가 생략된 것처럼 보이는 탓도 있다.

경남 지역에서 활동하는 B건축사는 이와 관련해 “예비 건축주분들이 오해할 만한 부분들이 상당히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표준설계도서를 활용해 건축사사무소에서 해야 하는 일들은 현장조사를 비롯해 건축인허가절차와 서류, 설계도서 관련 사항 등 일반적인 업무와 다름없다고 그는 설명한다. 특히 건축신고에서 착공신고, 사용승인신청, 건축물관리대장 작성 등으로 이어지는 ‘건축신고’ 업무 전반을 간단한 신고 정도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이밖에도 지목에 따라 토목설계를 동반해야 하는 등 상황에 따라 다양한 업무가 건축사에게 요구된다.

표준설계도서를 이용해 ‘저가수주 요구’를 받은 A건축사는 “표준설계도서의 악용을 막기 위한 대책과 표준설계도서의 건축사사무소 인허가대행 용역비가 명확하게 정해져야 할 것 같다”며 피해 사례를 바탕으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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