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통건축의 계획론은 상택서(相宅書)와 양택서로 구분되는데, 상택서는 주로 집터 보는 방법을 다루고 있고 양택서는 주택의 간잡이 방식을 방위에 맞추어 언급하고 있다. 우리나라 양택론 책은 몇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택보요전(宅譜要典)이고 다른 하나는 민택삼요(民宅三要)이다. (기타 많은 저술들은 모두 중국의 책이다) 그러나 민택삼요는 당시 우리 민중에게 가장 유행했던 중국의 양택삼요란 책을 한국식으로 번역하여 엮어 놓은 것에 불과하다. 또한 ‘양택(要訣)’이란 책도 있는데 이것은 민택삼요 5권의 내용을 한권으로 간략하게 (한글로 새긴 내용은 빼버리고) 한문만 줄여 놓은 것으로, 완전히 같은 내용이다.

이들 2가지 책의 내용을 그들이 주장한 대로 주역의 이론에 맞추어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주역의 내용도 상당히 간단한데 옛 사람들은 천체 운행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복잡하게 설명하는 것뿐이다. 한쪽에서는 “불확실성의 논리”로 설명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아이슈타인의 말처럼, 설명하는 논리를 발견하지 못 했을 뿐, 천체의 운행은 “지극히 합법칙성이 있다”라고 말한다)

▲ 8괘와 8방위도

땅에서의 방위도 하늘의 계절에 맞추어 24방위로 나뉜다. 그러나 이것을 양택(陽宅)론에서 자세히 살피는 것은 대단히 복잡하여, 계산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의미도 없다. 양택에서는 이것을 주역 괘에 맞추어 8방위로 간결하게 본다. 하늘의 운행은 24방위이지만, 땅에서는 네모의 배수인 8방위로 본다는 것이다. 이것은 네 귀와 모서리의 8면으로 나누는 것이며, 괘 하나는 24방위의 3개에 해당한다. 이것을 보면 땅의 축인 건(乾)과 곤(坤)괘가 북서쪽과 남서쪽 귀에 놓인다. 이것은 후천수(後天數)의 배치로서 지구의 축이 비뚤어져 있음을 뜻하는 것이며, 이로서 지구의 운행에 변화가 생긴다고 말한다.

선천수(先天數‧하도)는 지구의 축이 당연히 똑바로 서 있는 것으로 알고 설정한 것인데, 천도(天道)는 불상(不常)하다는 것이다. 곧 항상(恒常)하지 않다는 것으로 세상 만물이 변화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치에서부터 출발한다. 중국 춘추시대 말까지만 해도 “하늘의 길은 언제나 똑같다”라고 생각했다. 한 달은 30일이고 1년 12월에 당연히 1년은 360일이어야 합리적이었다. 그러나 어느 제삿날을 보니, 기록에는 겨울에 지내느라 음식이 얼어 터져서 문제였는데, 이제는 여름으로 음식이 쉬는 통에 죽을 지경이었다. 진시왕이 처음으로 이것을 고쳤다. 무조건 해가 가장 짧은 동짓날을 기준으로 정월 초하루를 삼았다. 그리고 나서야 1년이 365일도 1/4일이 넘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하늘의 길도 언제나 똑같지는 않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영생의 길을 찾아갔다. 그러므로 이후의 점괘는 모두 변화하는 후천수(낙서)를 기준으로 한다.

이 8괘를 5행에 맞추는데, 겨울은 추우므로 물(水)이고 여름은 더우므로 불(火)이다. 이것을 북위 38도 기준으로 보면, 이 기간은 잠깐이다. 따라서 각각 달 반씩 3방위 곧 괘 하나씩을 배당시킨다. 북은 감(坎)괘이고 남은 이(離)괘인데 모두 중남과 중녀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태극기에 실린 4개의 괘는 바로, 선천수의 남북인 건, 곤괘와 후천수의 남북인 감, 이괘를 올린 것이다. 천지 운행의 기준을 나라의 틀로 삼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봄은 가꾸느라 길므로 동쪽과 동남쪽이 되는 진, 손괘(나무 木)를 배당했고 가을 역시 거두느라 길므로 서쪽과 서북이 되는 태, 건괘(쇠 金)를 해당시켰다. 그리고 간(艮)괘와 곤괘는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환절기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환절기, 곧 흙(土)에 배당한다. 이것을 다시 간결하게 음양으로 나눈다면, 양은 동쪽으로 나무에 해당하는 진, 손괘의 방위와 남북의 불인 이괘, 물인 감괘 방위가 여기에 해당한다. 반대로 음은 서쪽으로 쇠에 해당하는 곤과 태괘의 방위 및 흙에 배당되는 간과 곤괘의 방위가 된다. 다시 말해서 동사택이라고 하면 남북과 동, 동남간을 말하며 서사택이라고 하면 서, 서남, 서북을 포함하여 천체 운행의 (비뚤어진) 축인 동북방이 여기에 해당한다. 여기 간괘에서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필경 동사택과 서사택은 간잡이에 있어 무엇을 하라는 말인가? 동서사택은 각각 간잡이의 기능에 맞춰 가까운 것 끼리 모아 두라는 뜻이다. 만약 이 집이 동사택이라고 한다면 동쪽에는 집의 주된 간잡이를 하고 서쪽에는 집의 부대시설을 배치하며, 반대로 서사택이라고 한다면 서쪽에 집의 주된 시설을 두고 반대쪽에 부대시설을 간잡이하라는 의미이다. 집의 주요 기능이라고 하면 대문간, 대청과 머리방 등등이고 부대공간이라고 하면 부엌과 헛간 등이다. 재미있는 것은 사람이 기거하는 공간은 대부분 주요공간이지만 노비들이 있는 공간은 부대시설로 봤다는 사실이다. 또한 농사에 필요한 공간으로서 곳간이라든가 아랫방과 오양간 등은 모두 주요공간으로 보고 있다.

▲ 택보요전에서 자좌오향(남향집)의 간잡이방식

그런데 택보요전에서는 집의 좌를 보고 동서사택을 결정하는데 비해서 민택삼요에서는 문의 위치를 결정하여 동서사택을 정한다. 우리나라 민택은 대체로 머리(건넌)방이나 부엌을 두는 방향에 따라서 집의 간살이 결정되기 때문에 민택삼요에서는 집의 간잡이에서 가장 중요한, 대문과 머릿방(고대방‧高大房) 및 부엌의 위치를 정하면 나머지는 따라서 자연스럽게 정해진다. 그러나 택보요전에서는 좌를 기준으로 전반적인 간살이의 오행(五行) 방위를 살피고 있다. 그러나 2가지 이론의 요체는 모두 비슷하다.

‘좌당우주’라고 하면 머리(건넌)방을 왼쪽에 두고 오른쪽에 부엌을 ‘간잡이한다’는 의미이다. 그림은 전면을 앞으로 두었지만 좌우는 집 주인의 입장에서 본다.

▲ 민택삼요의 살림집 간잡이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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