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설계도서, 건축사 업역·대가 모호…‘안전성 문제’ 비화 지적도

표준설계 이용한 건축주 혼란 가중 우려 임경호 기자l승인2019.07.01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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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농가주택 건축할 때 설계비를 최대한 아끼려고 하는데요. 농가주택표준설계도를 다운 받아서 쓰면 되지 않을까요?”, “농가주택표준설계도는 참고할 수 있어도 똑같이 만들 순 없습니다. 표준설계도에 나와 있는 대지조건과 본인이 가진 대지조건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근처 건축사사무소에 맡기세요.”
     
  • #2 “표준설계도서 2010-29-가(*원문 표기를 그대로 가져옴)를 이용해 주택을 지으려고 하는데 시공업자 선정하는 게 생각보다 어렵더군요.”
    “우리도 농어촌공사의 표준설계도를 이용하려다 결국은 건축사사무소에 맡겼습니다.”

‘신고’만으로 사실상 건축을 할 수 있게 한 ‘표준설계도’가 혼란을 낳고 있다. 설계와 관련해 일종의 기준을 제시했지만 현실적인 활용이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특히 정부가 마련한 표준안이라는 점에서 이를 이용하는 건축주와 건축사 사이의 업무대가 문제도 불거질 전망이다. 이 같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표준설계도 보급 확대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2019년 6월 현재 한국농어촌공사는 농촌주택 표준설계도 32종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접근이 용이해 누구나 쉽게 내려 받을 수 있다. 연면적도 40제곱미터부터 190제곱미터까지 다양하다. 표준설계도의 규격과 유형을 늘려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삼림청도 표준설계도 보급에 동참한다. 김재현 산림청장은 지난 5월 1일 정부대전청사에서 ‘한국형 중목구조 표준설계도’ 6종을 무상으로 보급하는 내용을 담은 목조건축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목조주택에 대한 국민들의 접근성을 높이려는 계획이다.
이처럼 표준설계도에 대한 접근은 나날이 용이해져가지만 이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어려운 실정이다. ‘전원&귀농’ 커뮤니티에는 수시로 표준설계도에 대한 질의가 이어진다. 표준설계도 보급 창구인 한국농어촌공사 홈페이지에도 ‘건축신고 등 인허가 행정절차는 허가권자에게 문의하시기 바란다’며 건축사사무소에 문의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표준설계도에 대한 접근 용이성과 건축설계에 대한 전문성 사이에서 건축주의 혼란도 커질 수밖에 없다. 설계 계획이 완료된 상태의 도면을 이용하고자 건축사사무소를 찾을 경우 적정 설계 대가에 대한 기준도 모호해진다. 이에 따라 배치도와 오우수 계획도 등 대지상황에 맞는 인허가 도면을 작성하는 건축사의 업무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할 가능성도 커진다.
표준설계도를 이용하면 사실상 건축사의 설계·감리 없이 건축이 가능해지는 탓에 도면에 맞는 시공이 이뤄졌는지 비전문가인 건축주가 확인하기 어려워진다. 범용 설계도를 활용해 전문성을 생략할 경우 건축물의 안전성 문제와도 직결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비용 책정이나 시공 이후의 책임소재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건축사가 건축에 관여할 수 있는 폭은 줄어들지만 역할과 무관하게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지속된다.

서울 소재 건축사사무소에서 대표 건축사로 활동하는 한 건축사는 “표준설계도를 이용해 신고만으로 건축할 수 있도록 법규를 완화할 경우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건축주 개개인이 감당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건축에 대한 대중의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은 바람직하나 건축의 전문성에 대한 이해도 함께 높여야 한다”며 “건축 설계에 ‘표준’을 두는 것이 자칫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도 높아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건축법 제14조제1항, 건축법 시행령 제11조제3항, 건축법 시행규칙 제12조1항 등에 표준설계도서를 이용해 건축허가를 신고로 대체할 수 있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임경호 기자  port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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