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맨발로 흙길을’…등산의 묘미 그리고 동호회

[대한건축사협회 등산동호회] ‘주흘산 등반대회’ 탐방기 임경호 기자l승인2019.06.1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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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을 자랑한 6월 8일, 경상북도 문경시의 기온은 25도 안팎을 맴돌았다. 전날 내린 비가 무색하게 날씨는 화창했다. 문경읍 주흘산 아래로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던 이날은 대한건축사협회 등산동호회의 상반기 등반대회 날이다.
오전 9시. 문경새재도립공원 제4주차장 한 귀퉁이가 분주하다. 등산복을 입은 몇몇이 빠르게 손을 놀린다. 아이스박스에 가득 찬 생수를 점검하고 이름표를 정리해 수량을 확인한다. “아이고, 오셨으면 말씀을 하시지~” 바쁜 와중에 살갑게 인사를 건네는 그는 등산동호회장 권상기 건축사(상지 건축사사무소)다.
등산동호회 집행부는 아침부터 쉴 틈 없이 움직인다. 권상기 건축사를 필두로 송경섭, 박군화 건축사 등이 일손을 돕는다. 이들이 주최한 행사의 참가인원은 500여 명이다. 그러다 보니 동호회의 장부터 수석부회장(송경섭, 건축사사무소 기단)과 총무이사(박군화, 건축사사무소 용인건축)까지 모두가 발 벗고 나설 수밖에 없다.

등반대회 참석 인원은 주차장에 배치된 부스 규모로 짐작할 수 있다. 본부석과 무대 쪽으로 설치된 ‘ㄷ’자 부스 아래엔 전국 시도 회원들이 앉을 테이블로 가득했다. 건강증진과 친목 도모를 목적으로 한 등산동호회는 건축사 회원들의 열띤 호응을 얻고 있다. “힐링 행사가 될 것”이라는 박군화 건축사의 말은 빈 말이 아니다.
집행부가 구슬땀을 흘릴 동안 주차장에 한 대씩 버스가 들어선다. 버스에는 건축사들이 가득하다. 각지에서 형형색색 등산복을 맞춰 입고 주흘산을 찾았다. 그 중엔 ‘어린이 회원들’도 눈에 띈다. 가족 단위 참석이 가능한 등산동호회의 장점을 살려 온 가족이 함께 산을 찾은 경우다. 최종화 건축사(예소 건축사사무소) 가족이 여기에 해당한다.

전남에서 찾아온 최종화 건축사는 이날 행사에 세 식구가 함께 했다. 산행을 좋아하는 그는 “주흘산이 좋았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정비가 잘 돼 있고 볼거리가 많은 게 장점이었다고 설명한다. 드라마 세트장을 비롯해 곳곳에 볼거리가 숨어있는 주흘산은 가족단위 등산로로 유명하다.
그래서일까. 최종화 건축사의 딸도 표정이 밝다. 초등학교 5학년인 그는 이날 약 4시간을 산에서 보냈다. 엄마와 달리 “길이 밋밋해서 별로였다”면서도 “재미있었다”고 말한다. 등산을 마칠 즈음 마주한 흙길에서는 맨발로 걸음을 옮겼는데, 그게 너무 좋았다는 12살 아이다. 이런 추억 덕분인지 이들은 “내년에도 참석하고 싶다”며 웃었다.

해답은 등산동호회의 ‘자율성’에 있다. 동호회 집행부는 ‘판’을 벌인다. 회원들이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대신 ‘어떻게 즐길지’는 회원들의 몫으로 남겨둔다. 남녀노소가 참여하는 등반대회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이유다. 아이나 부인, 남편 또는 동료와 함께 하는 모든 이들이 저마다의 속도를 공유할 수 있다. 산행은 그렇게 일상을 치료한다.제주에서 바다를 건너 온 조성민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마루)는 벌써부터 등산동호회의 다음 행사를 기다리고 있다. 매년 있는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는 그는 “(대한건축사협회 동아리 중) 전국 단위 행사가 축구와 등산 정도인데, 제주는 축구 행사가 없어 등반대회가 제주의 유일한 전국대회인 셈”이라며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힘든 산행을 마친 회원들은 행사를 호평했다. 인원이 많으면 소홀한 부분이 생기기 마련인데도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았다. 행사를 준비한 대여섯 명이 참석자 500여 명을 챙기기란 쉽지 않다. 건축사 회원 400여 명에 회원들의 가족도 100여 명에 달한다.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

이날 행사장을 방문한 대한건축사협회 조동욱 부회장도 회원들의 참여율에 놀라움을 표했다. 조동욱 부회장은 “동호회는 자발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움직이게 되는데, 등산동호회에서 이렇게 대규모로 행사를 개최했다”며 “성공적인 행사로 협회의 위상을 높이는 기회가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등반대회를 축하했다.
온종일 바삐 움직이던 등산동호회장 권상기 건축사도 오후가 되어서야 한숨을 돌린다. 산행을 마친 회원들이 자리에 앉자 그가 단상에 오른다. 그는 “우리 건축사들이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을 벗 삼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회원들에게 도리어 감사를 표했다. 한 차례 인사말로 얼굴을 비춘 그는 행사가 끝날 때까지 본분을 다했다.

등산동호회는 산행을 마친 회원들에게 뜨끈한 육개장을 대접했다. 또 장기자랑을 위한 작은 무대를 마련해 행사를 진행했다. 누군가의 딸은 무대에서 춤을 뽐냈고, 누군가의 아버지는 마이크를 잡았다. 오전 9시에 시작된 등반대회는 오후 4시에 막을 내렸다. 저마다 타고 온 버스에 몸을 싣는데 늘어진 해는 여전히 산등성에 걸렸다. 아마도 다음 산행 땐 이른 어둠이 회원들을 맞을 터다. 등산동호회의 하반기 등반대회는 11월로 예정돼 있다.

임경호 기자  port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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