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직원수가 20만명이라고 한다. 삼성의 명성이야 뭐라 하지 않아도 알지만 직원 수가 수치로 나오니 절로 감탄이 나오고 한편으로 자괴감이 스물거린다. 약 한달 전 필자는 내발산동을 찾았다. 설계만으론 먹고살기 어렵다는 생각에 뭔가 출구를 찾아보려고 답답한 마음에 찾아 나선 동네였다. 여기저기 다세대 분양이 한창이고 공사하는 곳도 여러 곳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다 들어간 부동산중개업사무소에서는 50대 중반쯤 돼 보이는 남자분이 TV를 보며 토요일 오후를 지키고 계셨다. “요즘 70평정도 되는 땅 있습니까?” “없습니다. 요즘 쓸만한 땅 찾기 어려워요.” “그래도 뭐 없나요? 일단 소개해 주시면..” “아, 없어요. 내가 건축사요. 내가 건축사인데 내가 모르겠어요?“ 필자는 뭔가를 들킨 사람처럼 순간적으로 놀랐다. 그리곤 사무실벽을 흘끔거렸다. 없었다. 건축사자격증은. 문밖으로 나와 생각했다. ‘거짓말이겠지. 아니면 이게 건축사의 현실일까?’ 뭐가 문제란 말인가? 우리는 뭘 해야 하는가?

요즘 부동산업계 최고의 화두는 단연 수익형 부동산이다.

외환위기 이후 2002년부터 2007년까지 투자가치로 보는 부동산의 최고봉은 아파트였다. 왜? 이유는 간단하다. 공급부족이다. 2002년부터 2007년 주택수요자의 주류를 이뤘던 베이비부머세대가 직장에서 한창 잘 나가는 40세에서 48세인 시기로 자녀가 학교에 다니고 공부방이 필요한 시기였다. 베이비부머세대에겐 주택이 필요한데 외환위기로 공급이 없었으니 외환위기가 끝나자마자 주택값이 치솟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거기다 정부는 자꾸만 주택거래가 어렵게 정책을 펴니 그렇지 않아도 귀한 몸이 더욱 귀해졌다. 중대형아파트값이 올라갈 삼박자가 모두 갖춰진 셈이었다.

2012년 현재 베이비부머세대의 나이는 50세에서 58세이다. 베이비부머세대들은 은퇴하기 시작했고 그들의 자녀들은 결혼 등의 이유로 독립을 시작했다. 이제 베이비부머세대는 돈을 벌기보다는 써야만 하는 노년이 되었다. 어떻게 하면 가진 돈을 잘 보존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다. 그렇다고 결혼하는 자식들에게 부모세대처럼 본인들이 벌어서 집 장만하라고 할 수만도 없다. 그래서 나오는 현상이 같이 살거나 두 부부만 사는 집을 줄이고 자식들에게 작은 집을 사주거나 작은 전세를 구해주는 현상이다. 그러나 100세 시대를 맞이하여 소액자산을 가진 노년부부가 간절히 원하는 것은 매달 수익이 창출되는 소형수익형부동산이다. 2011년엔 고등학생의 76%가 대학에 진학했다. 집에서 먼 대학으로 많은 인원이 대학에 진학하니 기숙사 수요가 늘어났다. 그러나 학교는 기숙사를 지을 땅이 부족하니 자연스럽게 대학가에 원룸이 필요하게 되었다. 정부부처가 혁신도시로 이전하기 시작했다. 혁신도시로 내려가는 공무원들 상당수는 주말부부를 선택하고 있다. 그들은 주거비 절감을 위해 아파트보다 저렴한 원룸을 찾고 있다. 이처럼 부동산은 시장변화를 뒤따른다.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뉴타운에 대해 실태조사하고 재조정 할 것임을 발표했다. 또한 개포주공아파트의 경우 전용면적 60㎡이하를 50% 반영하는 조건을 달았다. 이는 전면개발을 방지하고 마을만들기를 통해 기존시설을 이용하겠다는 의미이며, 소유자보다는 거주자를 위한 정책을 실시하겠다는 의미이다. 전자는 도시환경의 관점에서 대찬성할 일이다. 후자는 주택소유자의 입주권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 재개발 재건축은 당분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며 주택공급부족이 예상된다. 일부 건축사들은 다세대와 같은 소형주택의 설계건이 많아질 것이라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우리가 알다시피 2,000㎡ 이하의 소형건축물은 비상주감리대상이고 특검대상이다. 제대로 된 설계비와 유료비상주감리비가 조건이 수반되어야한다.

지난 호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1면은 서울소재 건축사 중 60%가 2,000㎡ 이하의 소규모 건축물에 대해 단 한건의 일감도 수주를 못했다는 기사로 채워졌다. 다세대나 원룸 등의 소형주택이 시대요구라면 도시환경에 대한 아이템개발이 이뤄져야한다. 이러한 심미적 도시와 주택디자인의 아이템개발은 건축인만이 창출할 수 있으며 건축사가 이루어야 할 사회적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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