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돌
- 윤병무

이제 사랑노래는 끝났습니다
듣지도 부르지도 않겠습니다

울음 그친 자리
가구에 남은 손길
상복(喪服) 같은 빨래 사이로 비친 햇살
시선 돌리면 어느새
텅 빈 밤이 혼자 와 있습니다

가장 믿을 만한 하얀 돌을 골라
속내를 털어놓고 저도 돌이 되겠습니다
 

-『고단』윤병무 시집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우리는 죽음을 경험하지 못한다. 그러나 삶이 있기에 죽음을 정의 할 수는 있다. 그 삶 중에서도 사랑을 경험 할 수 있기 때문에 죽음을 간접적으로 체험한다. 죽음은 우리가 경험 할 수는 없지만 정의 할 수는 있고, 사랑은 우리가 경험 할 수는 있지만 정의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사랑은, 삶은 계속 움직이고 변화하며, 진행 중인 실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실체에 대해서 정의 할 수 없다. 그것은 시간과 함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다, 하면 어느새 저것이다.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