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안에 짐승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속에 있는 짐승들을 가두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 속에 있는 짐승들을 우리(Cage)속으로 가두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 스스로가 결국은 그 우리(Cage)속에 갇히는 우(愚)를 범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의 우리의 현실은 젊은 시절 어딘가에 있을 고래를 찾아 동해바다를 향해 떠나는 심정입니다. 이제 건축사 자격으로 안주했던 삶에서 벗어나 그 어딘가에 있을 우리가 소망하는 고래를 찾으러 떠나야 할 때입니다.」

이 글들은 작년 지역 건축사회 회장으로 출마하면서 했던 말들이다.

최근 우리 지역에서는 약 70여명의 동료 건축사들이 법정에 서게 되는 초유의 사건이 생겼다. 소위 다가구주택의 가구 수 증가로 인한 건축법 위반이라는 죄명으로...

이번 사건을 대하면서 느끼는 감정들을 솔직하게 지면을 통해서 피력하고자 한다.

현행법규는 우리 건축사들로 하여금 어느 때든지 어쩔 수 없이 범법자로 내 몰릴 수 있는 현실 속에 살고 있다. 문제가 되었던 다가구 주택의 가구 수 증가행위는 어쩌면 예견된 사회적 법제도 모순에서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부설주차 대수의 비현실적 적용으로부터 시작되었고, 이는 결국 경제논리에 따라 이익만을 좇는 일부 몰지각한 무자격 건축업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억울함이며, 현실적으로는 건축감리제도의 모순으로 이어진다.

또한 일부 개념 없는 건설업자들의 손에 휘둘리는 일부 건축사들의 비윤리적 행태에 의해 저질러진 문제인 것이다.

나는 여기에서 현행 감리제도의 모순을 지적하고자 한다. 정부는 왜 대규모 건축물에 대한 공사감리는 소위 부실공사를 예방한다는 명분하에 설계와 감리를 분리시행토록 하면서 건축물의 수주 특성상 건축주와의 친분이나 인연에 의해 계약되어 시공되어질 수밖에 없는 소규모건축물들은 국민의 선택권리, 국민의 편익 등을 이유로 분리할 수 없다는 논리는 무엇인지 참으로 궁금하다. 이는 결국 건축사로 하여금 자신을 신뢰하여 용역을 의뢰한 건축주를 고발하게 하는 매정한 현실 속으로 몰아넣게 된다. 어떻게 자신을 믿고 찾아온 고객을 고발하라 하는가!

최근 각 시·도 건축사회는 이러한 문제들을 인식하고 감리공영제를 통하여 설계와 감리를 효율적으로 분리하여 시행하자는데 동의하고 구체적 운영규정을 만들어 본 협회에 강력히 요구하였으며, 또한 협회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도 전국 통계 84% 찬성이라는 결과로 대다수 건축사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제 우리 협회는 법령 등을 정비하여 건축사로 하여금 최상의 서비스를 국민들에게 제공하며 정당한 설계 및 감리대가를 받고 사회적 공인이자, 건축의 최고 전문가 집단으로서의 권위와 자존감을 회복 시켜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 건축사들도 건축사로서의 품위와 도덕성을 가지고 건축사헌장에 기록된 정신으로 책임감 있는 업무를 수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는 길을 잃고 있으면서도 그 사실을 모르고 있을 때가 많다. 지금 우리 건축사 업계가 그런지 모른다. 길을 잃었다는 사실을 아는 것 그것이 우리를 발견하는 첫걸음일 것이다.

지금 우리는 우리가 서 있는 자리에서 우리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자신이 우리(Cage)속에 가두어져야 할 짐승은 아닌가 하고...

이제 지나왔던 과거의 문들을 과감히 닫고 새로운 목표,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개인과 협회 모두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문으로 들어서야 할 때이다.

그것이 어떤 방법이든...

마지막으로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시(詩)로 회원들과 함께 하고 싶다.

가만히 있어라.
네 앞의 나무와 네 뒤의 관목들은
길을 잃지 않았다.
네가 지금 어디에 있든 그곳의 이름은
‘여기’이니,
너는 그것을 힘센 이방인 대하듯 해야 하고,
그에게 너를 소개해도 되는지,
네게도 자신에 대해 소개해 줄 수 있는지,
그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숲은 숨을 쉰다, 들어보아라.
숲이 대답하느니, 네가 네 주위에 이곳을
만들어 놓았다.
네가 이곳을 떠나면 너는 다시 돌아오게
되리라..하고
‘여기’가 말한다.
갈까마귀에게 똑같은 나무는 하나도 없으며,
굴뚝새에게 똑같은 가지는 하나도 없다.
나무나 관목들이 너를 잃어버리면,
그때 너는 정말 길을 잃는다.
가만히 있어라.
숲은 아느니 네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숲이 너를 찾게 그대로 있어라.
- 데이비드 와그너 -

나는 그 숲이 우리 대한건축사협회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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