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 캬라멜
  - 하재연


  나랑 그 애랑
  어둠처럼
  햇빛이 쏟아지는 스탠드에
  걸터앉아서

  맨다리가 간지러웠다
  달콤한 게 좋은데 왜 금방 녹아 없어질까
  이어달리기는 아슬아슬하지
  누군가는 반드시 넘어지기 마련이야

  혀는 뜨겁고
  입 밖으로 꺼내기가 어려운 것
  부스럭거리는 마음의 귀퉁이가
  배어 들어가는 땀으로 젖을 때

  손바닥이 사라지기를 기도하면서
  여름처럼
  기울어지는 어깨를
  그 애랑 맞대고서
  맞대고 나서도
  기울어지면서

-『우주적인 안녕』하재연 시집 / 문학과지성사 / 2019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순간의 장면이다. 사랑하지 않아도, 아직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어서도 더욱, 전체였던 순간들. 그런 순간들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것은 혼자만의 기억이기에, 분명코 아무도 알지 못했으므로, 그런 기억들은 우주적인 순간으로 확장된다. 사라져버린 것이기에 가득 찰 수 있다. 아마도 그런 기억이 많은 사람들은 필시 외로울 것이다. 아무도 없는데 온갖 기억들이 그것들을 대신하고 있을 때, 우리는 울고 있을까? 웃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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