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단위계획은 우리 동네를 잘 알고 있을까?

이충기 교수l승인2019.05.1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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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단위계획, 도시의 주인인
주민에게 묻고 그들이 원하는
마을계획을 담는 계획으로 전환돼야


지구단위계획의 궁극적 목적은 사람이 사는 곳과 사람들의 공동체를 만들고 그것을 계획하는 일이다. 지구단위계획의 내용인 토지이용 합리화, 미관개선은 모두 사람이 사는 양호한 환경 확보로 귀결된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도시는 ‘사는 곳’이 아니라 집을 ‘사는 것’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지구단위계획은 지역·지구·구역계획, 사업계획, 시설계획과 함께 도시를 관리하는 주요 수단 중의 하나다. 1980년, 건축법에 도시설계에 대한 조항을 신설하여 운영하였으나 주로 건축물을 규제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자 1991년 도시계획법을 개정, 상세계획제도를 도입하여 지역·지구의 지정, 변경 및 도시계획시설의 배치와 규모 등 도시계획 사항까지 다루게 하였다. 이후 도시설계와 상세계획의 이원적 운영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00년 도시계획법 개정을 통해 도시설계와 상세계획을 통합하는 ‘지구단위계획’제도를 도입하였고 2002년 다시 도시계획법과 국토이용관리법을 합하여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지구단위계획 제도는 용도지역과 기반시설, 가구와 획지, 용도, 규모(건폐율,용적율,높이), 교통, 경관 등 매우 물리적인 부분만을 다루고 있다. 이는 결국 용도지역(종) 결정으로 특징지어 진다. 지역 특성을 고려한 산업, 경제, 관광, 문화예술 등의 분야에 대한 검토는 비전문적이며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이를 도시, 건축, 교통 분야의 심의위원들이 도시, 건축적 판단만으로 결론을 내리고 있다. 중요한 산업, 경제, 관광,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진단 없이 처방만을 내리는 것이다. 더구나 도시계획,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이후의 성과와 문제에 대해 모니터링이나 공유도 잘 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지구단위계획 제도가 지역 활성화라는 명분 아래 용도지역(종)을 상향하는 도구로 전락하여 지가와 부동산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되는 지역은 용도지역 상향으로 지가는 상승하고 사업성이 떨어져 오히려 미개발, 낙후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결국, 땅 소유주들의 재산 가치만 올려주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시간만 지나면  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다시 상업지역으로 용도지역이 상향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공식이 되었다. 현재의 지구단위계획은 급속성장과 인구팽창의 시기에 건물을 지어 놓으면 무엇을 해도 장사가 되고 활성화되었던 시기에 유효했던 인센티브로 공급을 유도하는 도시관리 제도다. 그러나 오늘날 인구감소 대비 공급이 포화상태가 되었음에도 아직도 지역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건물공급을 유도하고 있는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용도지역 기준으로 용적과 높이를 시뮬레이션하여 지역 상황 즉, 산업, 경제, 문화적 수요에 맞는지 검토하는 용적 총량검토 제도가 필요한 이유다. 용적 총량검토를 통해 부족할 경우를 제외하고는 용도지역 상향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지구단위계획은 도시의 주인인 주민에게 묻고 그들이 원하는 마을계획을 담는 계획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리고 계획수립 시 지역의 부동산, 산업, 관광, 경제, 문화 등의 변화와 영향에 대해 예측하고 이를 심도 있게 검토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따라서 도시계획이나 지구단위계획의 획기적 개선을 위해 융복합적 검토와 판단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공동체뿐만 아니라 산업, 경제, 관광, 문화예술 분야 등에 대한 정밀 진단과 함께 제대로 된 처방을 내려야 한다.
이제 도시계획은 침술요법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미 고밀화된 인구 수백만의 도시에는 마스터플랜 성격의 지구단위계획이나 도시계획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1000만 도시 서울의 지구단위계획은 실효성이 없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가지는 이유다. 정밀한 진단과 함께 지역과 장소에 맞는 처방과 침술로 회복을 시도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문제가 발생했거나 예방이 필요한 지역 즉, 점이나 선을 따라 개발, 재생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역의 광역도시들 역시 서울을 따라 할 것이 아니라 지역의 특수성에 맞는 진단으로 처방을 해야 할 것이다.
지구단위계획은 마을이라는 사회공동체를 위해 사람, 곧 주민 스스로 그들의 삶의 공간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따라서 지역보전, 지역재생, 주민참여를 내용으로 하는 새로운 마을만들기형 지구단위계획제도를 적극 확산할 필요가 있다. 도시는 사회공동체에 필요한 산업, 경제, 관광, 문화예술 등을 건축이라는 그릇에 담고 있는 복합체다. 도시계획 관련 행정 역시 도시계획에 대한 올바른 방향설정과 실행을 위해 도시, 건축, 산업, 경제, 관광, 문화 등의 융복합적 판단이 필요하므로 조직의 변화가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이충기 교수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건축학전공 ·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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