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당
- 이준규

내 마당에는 매일 잉어 떼가 온다
무언가 찢어지는 고통을 느끼며
파도의 산을 넘어
내 마당에는 매일 은행나무가
성큼성큼 다른 길을 내고
마치 사막의 설치류가 오솔길을 만들듯
내 마당에는 매일 청개구리가
폴짝폴짝 담을 쌓는다
담 사이에는 순간순간 이끼가 자라고
봉선화 피고
내 마당에는 담이 없고 내 마당에는
담이 하얗다
내 마당에 널 불렀더니
너는 훌쩍훌쩍 마당을 지우고
내 마당에 널 앉혔더니
너는 키득키득 마당을 맛있게 먹었다
내 마당은 너무 넓어 입구가 없고
내 마당은 너무 넓어 자꾸자꾸 죽기만 한다
내 마당에는 매일 잉어 떼가 오고
고통도 없고 절망도 없고
미래도 없고 사랑도 없다
내 마당은 커다란 배가 되고
나는 끝없이 노를 젓고
더 이상 동료도 없고
나는 땡볕에도 녹지 않는
얼음산을 향해 나아간다
물론 희망없이, 내 마당을 완성하기 위하여

-『토마토가 익어가는 계절』 / 이준규 시집 / 문학과지성사 / 2010

결국 별 일이 다 일어나는 ‘내 마당’은 아직 없는 마당이다. 아직 없는 마당이기에 별 일이 다 일어나고. 그 별일들은 마당의 완성을 위해 일어나는, 혹은 일어나야 하는 별 일들이다. 그것이 정말 별 일일까? 특히 요즈음에 마당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별 일이 다 일어나고 있다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봉선화가 올라오고, 햇빛에 반사된 담이 사라지고, 나뭇잎들이 점점 푸르러 간다. 그리고 잉어 떼가 온다. 잉어 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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