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세대 지구촌 최대 관심사 중 하나가 공해 및 환경오염이 아닌가 싶다.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수없이 많은 자연이 파괴되고 그 위에 세워진 도시 및 현대문명의 결과물들은 이 땅과 물, 그리고 공기들을 오염시키는데 일조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쩌면 이 지구를 존재케 하는 것은 개발된 결과물이 아닌 미개발된 자연 그대로의 존재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자성의 목소리들이 만만치 않다.
언제부터인지 춘천 인근의 택지개발 되는 곳, 혹은 재개발 되는 지역들을 지나가다 보면 한숨이 나온다. 바둑판 모양으로 구획된 지역에 깍두기를 썰어 놓은 것 같은 모양의 같은 규모, 같은 색깔, 같은 용도의 건물들이 무표정하게 들어서 있어서 그 사잇길을 걷노라면 마음이 황량하기 그지없다. 무릇 주택지라 하면 고단한 삶을 쉬게 하는 공간들이 채워지고 그러한 군락이 형성된 지역(마을)은 아늑하고 평온한 기운이 깃들어 있어야 하는데, 춘천에 새로 형성된 주택단지들 그 어디에도 그러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은 없다.
더군다나 내가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은 재개발이다. 차라리 아무것도 없는 외곽지 맨땅에 택지를 조성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기존에 오래도록 그 지역의 정서를 담아가며 형성된 지역을 어느 날 하루아침에 밀어버리고 앞에서 피력했던 그 무미건조한 황량한 곳으로 재탄생 시키는 것은 너무도 개탄할 노릇이다. 그렇게 세워진 마을엔 그 지역의 정서도 색깔도 정체성도 없다. 그렇다면 어찌할 것인가. 나의 바람은 재개발의 필요성을 느끼는 각 지역을 차별화 하여 보다 업그레이드 해 나가자는 것이다. 그리하여 요즘 흔히 말하는 지속 가능한 경쟁력이 있는 품격 있는 삶의 공간으로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바람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행정을 다루는 공무원들의 학습이 있어야겠지만, 무엇보다도 그 터에 자리 잡고 사는 주민들의 의식이 살아 있어야 한다. 때로는 보다 의미있는 공간과 삶을 위해 어느 정도의 불편함도 감수할 수 있는 자부심도 있어야 한다.
동서양의 최고로 일컫는 아름다움이 있는 주거 공간들은 새로 지어진 것들이기 보다 유서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오래된 지역 들이다. 오랜 시간을 지나며 형성된 군락(마을)은 인위적인 생김새이기보다 차라리 자연에 가깝다. 평평한 들판은 그 평지대로의, 경사지에 세워진 군락은 그 나름대로 언덕의 고상한 모습을, 강이나 해안가에 형성된 마을은 또한 그러한 환경에 오랜 세월을 두고 자리 잡은 멋스러움을 보여 준다. 당연히 그러한 지역을 형성 하고 있는 주택들 하나하나는 최신식 시스템으로 세워진 아파트보다 시설적인 면에서 불편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 불편함을 그들의 자부심과 바꾸지 않는다. 그렇다. 바로 지속가능한 경쟁력이란 바로 애착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산다. 진정으로 가치가 있는 아름다움은 급조되어 생기기보다 오랜 시간의 여정을 지나 적재 적소한 곳에 세월의 때를 입으며 만들어진다. 집과 집 사이에 형성된 골목길의 바닥 패턴 문양, 담장들, 대문, 그리고 그 집들의 외장 마감과 내장 마감들에서 나오는 빛이 급조되어 만들어진 빛이 아닌 차곡차곡 쌓인 세월에 쓸리고 또 쓸리며 만들어진 빛깔이기에 그 아름다움은 감히 함부로 흉내 낼 수 없는 소중한 것이다. 지금이라도 우리가 사는 마을 혹은 내 지인들이 사는 장소를 앞서 이야기 했던 것들을 떠 올리며 살펴보자. 그리고 애향심 어린 손길로 오랜 시간을 지키며 존재하는 것들을 어루만져보자. 그 애착으로 살아있는 작은 장소들이 하나하나 빛을 발할 때, 바로 우리 춘천은 명품 도시로 각인될 것이다.
나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호반의 도시 춘천이 지구촌 모든 이들에게 감동과 위안을 주는 그런 도시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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