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
- 이선영

깨어 일어난다는 게 무슨,
소용이람소용이람소용이람
펼쳐 놓은 이부자리가 다,
무어람무어람무어람
베갯잇에 낀 후회와 반성과 슬픔이,
자람자람자람
입고 먹고 두고 사는 게 이런,
것이람것이람것이람
걸치고 나갈 희망이,
모자람모자람모자람
두 눈 두 귀로도 감당할 수 없는 많은,
사람사람사람
밥 차리고 예 차리고 속 차리고 살다 보니
종종, 열남열남열남
닫기도 무거운 이 문을 어떻게,
열람열람열람
이러다간 열어 보지도 못하고
문앞에서 그냥, 끝남끝남끝남
양손에 잔뜩 집어든 채
신발까지 신고 서서 이제 어떻게,
살람살람살람

잔이 깰 때까지 그치지 않고 들려오는
이 한밤의 알람


-『60조각의 비가』이선영 시집 / 민음사 /2019년

알람을 켜 두고 자는 사람들은 내일 할 일이 있는 사람들이다. 늦으면 안 되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은 대개 내일의 일정을 스스로 조정 할 수 없거나 일에 매여 있는 사람들이다. 잠을 자면서도 어쩔 수 없이 소리에 예민해져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럴 때 알람은 생활인으로 가장 최전선에서 울리는 공격 명령과 같다. 일어나야 하는 의지와 일어 날 수밖에 없는 강제가 같이 하는 아침을 맞는 사람들이다. 행복한 사람들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고 한다. 알람을 켜두고 자는 사람들은 꿈을 반납하고 일상을 꾼다. (무엇으로부터)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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