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개념이 아닌 작품으로… 연간 당선횟수 제한 제안 생각해 볼만”

공모 둘러싼 각종 로비·부정부패 차단할 
‘정부, 발주처, 업체’ 감시·통제 및 이를 수행할 기관 역할론 대두

건축경기가 최악인 상황에서 국내 중·대형 건축사사무소의 공공기관 발주사업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내년 확대 적용되는 설계공모 대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내년 1월 16일부터는 공공건축의 설계 발주 시 공모방식을 우선적으로 적용해야 되는 대상이 설계비 2억1천만 원에서 1억 이상 건축물로 확대된다.
건축관계자들은 설계공모를 둘러싼 각종 로비, 부정부패 등 건축계의 부조리가 해결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민간건축시장 소멸화 과정을 겪는 국내 건축시장 특수성 때문이라고 전한다. 국내 건축조성 관련 법·제도는 주로 중·대형 규모 건설시장에 맞춰져 있고, 소규모 건축물 조성을 위한 제도적 기반은 매우 취약한 상황.
A건축사는 “초대형 아파트 단지화로 단순화되는 민간 건축시장은 최근에는 주거뿐만 아니라 상가, 오피스 등도 극단적인 대형화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건축생태계 관리 측면에서 섬세한 정책설계가 필요한데, 국내 공공·민간 어디에도 이에 대한 고려나 의지가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 주거뿐 아니라 상가, 오피스 등도 극단적인 대형화 과정…
건축생태계 관리 측면에서 섬세한 정책설계 필요

극단적 양극화로 내몰리는 건축시장에서 건축사사무소는 그나마 일말의 가능성이 있는 공공 발주사업 또는 설계공모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 사무소 사활이 걸린 문제다 보니 위반 때 가해지는 법 제재, 처벌은 후순위로 밀린다. ‘일단 사업만 수주하고 보자’식이 되는 것.
조달청, LH, SH 등의 공기관 발주 설계공모 심사에 참여하는 일부 심사위원들의 노골적 금품 로비 수용도 실제행위와 별개로 각종 근거 없는 소문의 진앙이 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일부 사무소의 수주기회 독점, 정보독점도 시장질서를 흐리는 문제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를 위해서 정부, 발주처, 산업종사자를 적절히 감시·통제 또는 이를 수행할 기관의 역할론이 대두된다.
A건축사는 “각종 비리, 부정행위를 통제할 건축사협회의 강력한 자정권한 회복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선 건축사 통제권, 의무가입이 필수 조건이다. 매번 국토부나 검찰이 나설 수도 없는 일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 국토교통부 설계공모 제도운영 과정서 제기된 심사위원 선정,
심사과정 투명화 핵심의 ‘건축 설계공모 운영지침 일부개정안’ 행정예고

국토교통부는 3월 19일 설계공모 제도 지속 확산 추세를 반영해 그간 제도 운영 과정에서 제기된 심사위원 선정 문제, 심사과정 등 공모절차 투명성·전문성 강화를 위해 ‘건축 설계공모 운영지침 일부개정안’을 올 4월 1일까지 행정예고했다. 심사위원 자격강화, 불공정행위 시 심사위원 자격 영구박탈, 심사과정 내실화 내용이 핵심이다.
설계공모 부조리 대안으로는 심사위원 접촉기회를 차단하기 위해 무작위로 당일 추첨방식의 심사위원 선정보다 심사위원 참여기회 제한도 거론된다.
B건축사는 “조달청이나 LH 등의 심사위원들이 일년에 두세 번 심사에 참여 한다면, 업체입장에서는 가성비 때문에 라도 로비 대상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담당자들의 월권을 막기 위한 非 건축 담당자들의 심사위원 제한 필요성 의견도 나온다. 즉 발주처에 해당하는 공공기관 소속(발주 담당 기관뿐 아니라 일체의 공공기관)과 非건축 전공 학계 교수(구조, 시공 등)의 심사위원 참여 배제다.

◆ 능력 밖의 일을 수주해 외주 소화는 시장에 후유증 남겨,
연간 당선 횟수 제한해서라도 기회 얻지 못하는 능력있는 건축사들에게 문호 넓혀야

C건축사는 “설계공모가 실시설계는 아니지 않나. 설계공모 후 실시설계과정에서 얼마든지 협의, 조정을 통해 개입할 수 있다”고 반문했다. 이어 “건축사의 당선 횟수 제한도 방안이 될 수 있다. 건축사법상 설계 시 보조자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돼 있지만, 각각의 설계 책임과 주체는 엄연히 건축사다. 마치 의사가 환자를 직접 진료해야 하는 것과 같다”며 “능력 밖의 일을 수주해 외주를 줘 소화한다면 반드시 시장에 후유증을 남긴다. 연간 당선 횟수를 제한해서라도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수천 명의 능력 있는 건축사들에게 문호를 열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D건축사도 “건축계의 부조리를 줄이는 가장 강력한 해결책은 사실 생활건축 시장의 활성화다. 일자리 파급 효과와 사회적·경제적인 영향력이 큰 생활 건축시장을 확대하는 것만이 이런 부조리를 줄일 수 있으며, 민간분야 탄탄한 소규모 건축설계업체를 육성할 수 있는 방안이다”며 “이번 국토부가 행정예고한 ‘건축 설계공모 운영지침 일부개정안’도 사실 서울시 등에서 일부 시행하고 있는 내용이다. 보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건축사 책임 하의 프로젝트 수행 횟수와 심사위원의 연간 심사 횟수를 제한해야 한다. 외국의 경우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를 누가 설계했는지(요른 웃존), 뉴욕 세계무역센터 교통허브를 누가 설계했는지(산티아고 칼라트라바)를 보통 알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사무소가 기업화돼 운영되기 때문에 당선작의 작품성이나 작가를 말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런 문제는 프로젝트 수행 횟수를 제한하지 않는 이상 절대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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