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는 많은 사람들이 멋있어 하는 직업 중의 하나이다.
의사는 환자를, 변호사는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을 주 고객으로 하지만, 건축사는 긍정적인 에너지와 밝은 목표를 갖고 건축을 하고자 하는 사람을 주 고객으로 한다는 점을 부각시켜 나의 직업인 건축사를 더욱 멋지게 포장하여 폼을 재면서 얘기하곤 한다.
하지만 건축사라는 직함을 가지고 말끔한 옷을 입고 멋진 차를 타는 것으로는 아직 부족함이 있다고 여겨진다. 진정으로 폼 나는 건축사가 되고자하면 외부에서 뿐 아니라 건축사 집단 내부에서도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많은 요소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건축사로서 가장 멋지게 보이는 순간은 설계를 잘한다고 인정을 받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설계하고 건축되어지는 건축물은 대체적으로 수십년 그 자리에서 유지되기 때문에 건축주에게 필요한 공간을 설계해주는 것과 동시에 외적으로 도시 미관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건축사로서의 큰 사명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건축주의 예산이라는 극단적인 현실의 벽과 마주하게 되는 순간마다 현실과 타협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것은 적당히 설계하는 명분을 위한 너무나도 달콤한 유혹이다. 하지만 폼 나는 건축사가 되기 위해서는 자금 사정이 좋은 건축주를 만나서 자유롭게 설계를 할 수 있는 설계건뿐 아니라 내가 설계한 모든 건축물을 누구에게든지 숨기거나 감추지 않고, 더 나아가서는 당당하게 자랑할 수 있는 설계를 하는 것이 아닐까.
어려운 상황에서도 더 많이 고민·고뇌하여 새로운 방안을 찾으려 하고, 찾을 수 없을 때는 새로운 방안을 만들어서라도 적당히 끝내지 않는 열정과 노력이 담긴 건축물을 설계하는 과정을 거듭하여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면 단순히 건축물 하나의 결과를 넘어 건축 문화를 발전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또한 이러한 결과물들은 나의 이력서가 되어서 설계비를 보다 높게 받을 수 있게 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창출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의문들을 실제 결과물로 만들어 낸다면 그 때는 조금 더 폼 나는 건축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오늘도 즐거운 마음으로 지금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디자인 고민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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