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서울을 중심으로 경기도의 많은 도시들이 교통 시설의 증설로 인하여 나날이 도시환경이 변화하고 있으며, 또한 그 환경에 맞추어 도시의 모습도 바뀌어가고 있다.
수도권의 인구분산이라는 명분과 도시의 균형발전, 쾌적한 주거환경 등 여러 가지 이유·상황에 따라 시민들은 주거와 가까운 곳에 직장을 갖기도 하고 교통의 편리성으로 물리적인 장거리의 출퇴근을 인내하기도 한다.
내가 있는 이곳 평택은 인구 50만의 도농복합 도시다. 최근 몇 년 전부터 여러 대내외 영향으로 대한민국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고 할 만하다. 단일 규모로 세계 최대라는 미군기지 이전사업과 고덕국제화도시 등 대규모 개발사업, 삼성전자가 있는 고덕산업단지, 엘지전자가 위치한 진위산업단지 등 각종 산업단지의 조성, 중국 및 동남아지역의 교역의 관문인 평택항을 중심으로 한 황해경제자유구역 등, 대규모 산업인프라 확충과 함께 여러 도시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어 외형적으로는 주변 어느 도시보다 성장세가 커 보인다.
그러나 급속한 성장위주의 도시개발 과정에서 나타난 지역 간 불균형과 갈등, 구도심의 낙후현상, 공사현장으로 인한 대기, 수질, 소음, 쓰레기 등 환경문제를 포함하여 발생되는 여러 문제점은 시민들의 삶의 질 저하를 초래하기도 한다. 개발사업을 순조롭게 완성시켜 도시의 외형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발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안전 및 환경문제 등에 대한 대책으로 시민이 안심할 수 있고 감내 할 수 있는 환경 조성 또한 중요하다. 이 모든 과정의 최종목표가 우리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고 더욱 풍족한 삶을 영위하고자 행해지고 있다면 결과 못지않게 과정도 중요하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살기 좋은 도시, 살고 싶은 도시, 건강하고 행복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우리 건축사가 전문가로서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
개발과정에 지역의 건축사가 많이 참여하여 노후화된 구도심에 대한 발전방향과 대안제시와 함께 개발구역에 의견을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역건축사는 이권에 연루될까 우려되어 지구단위계획이 확정된 다음에야 우리 지역의 개발계획도를 접하게 된다. 건축이 도시를 만든다는 기본논리를 내세우지 않더라도 지역건축사가 지역의 실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만큼 지역건축사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지역건축사들에게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없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우리 모든 건축사들은 도시문화를 만들고 이끌어가는 전문가이자 예술인이다. 거기에 더하여 건축사는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지키는 수호자이며, 공공업무를 수행하는 공인이며, 건축정책의 동반자로서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과 자부심 또한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프로젝트를 맡기는 클라이언트의 요청을 거절하기란 쉽지 않다. 훌륭하고 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하는 건축사들이 대부분이지만 전국 어느 지역이나 마찬가지로 개발업자와 함께 지역을 옮겨 다니며 법의 취지는 무시한 채 편법을 일삼는 분들도 계신다.
사무실 개설 이유 하나로 행정청이 지정하는 소규모 감리를 지정받아 건축물을 위한 감리인지, 감리를 위한 감리인지 난감하게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 기후변화로 천재지변이나 자연재해가 늘어가고 있으며, 그럴 때마다 현실과 다소 거리가 있는 임기응변식이거나 비전문적인 대책이 나오기도 하고 법령이 개정되기도 하는데 유독 건축사는 다른 전문직종에 비해 책임과 의무만 가중되는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나는 건축은 설계자, 시행자, 시공자, 감리자와 함께 수익자의 책임이 강해지지 않으면, 불법 및 편법건축물의 예방은 요원하리라 본다. 급변하는 외부환경에 건축주, 시공자, 사용자를 이해시키는 노력과 함께 수익자의 책임이 필수적이어야만 건강한 건축물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또한 외부 압력이 강해 현실이 어렵더라도 우리 건축사들은 더욱 더 책임감을 가지고  꿋꿋하게 건축전문가로서 품격 있게 일해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오래도록 살고 싶은 아름다운 도시로 만들어 가는 데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전문가인 건축사의 역할이고 책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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