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서의 ‘창세기’에는 바벨탑에 관한 일화가 있다. 하늘에 닿는 높고 거대한 바벨탑을 쌓으려는 계획이다. 인간들의 오만한 행동에 분노한 신은 저주를 내렸고, 탑은 결국 중도에 붕괴됐다고 해서, 공상적이고 실현 불가능한 계획의 예로 전해지는 전설상의 건물이다. 목재를 주요 구조재로 한 20층 정도의 고층 목조 건축물은 세계적으로 이미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목조로 높이 350미터, 지상 70층의 초고층 빌딩을 계획하고 있다. 이런 장대한 비전은 일본 목조주택의 선두적인 기업인 스미토모(住友)임업 「W350계획」의 설명회에서 밝힌 내용이다. “거리를 숲으로 바꾸는 친환경적 목조 도시의 실현으로 세계적으로 목조·목질화를 리드하고 싶다"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표다. 이 건물은 2041년 스미토모입업이 창업 350주년을 맞는 창업기념 주기에 맞추어 350미터를 계획한 것이다. 건축 면적은 6,500제곱미터, 총 공사비 약 6천억 엔으로 시산하고 있다. 목재가 건물 구조에 90%를 차지하며, 기둥과 보는 목재와 철제를 조합하고, 제진 브레이스를 사용해 강도를 높인다고 한다. 참고로 스미토모입업은 일본 최대의 산림 소유 기업이며 톱클래스의 목재·건재 사업 등을 하는 회사다. 이 W350계획의 배경도 일본 임업이 처한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에서 시작되었다. 일본은 국토의 약 3분의 1이 숲으로, 세계 제 2위의 산림국가다. 매 시간마다 우리나라보다 3배 이상의 목재 생산량을 가진 약 9천세제곱미터의 목재가 생산되고 있지만 자국에서 생산된 목재의 자급은 36% 정도에 불과하다. 보다 적극적으로 국산재를 이용하기 위한 개선책으로 일본 정부에서는 공공 건축물의 목조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공공건축물의 목재 이용의 촉진에 관한 법률」을 시행하고 있다. 그 적용 사례의 하나로 일본에서는 2020년 도쿄 올림픽의 신국립경기장에 지붕재인 처마와 차양에 목재가 대량으로 사용되는 등 목재를 적극적으로 과감하게 적용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정책은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목재는 재생할 수 있는 자원이고 탄소를 장기 고정시킬 수 있는 환경부하가 적은 소재라는 점에 기인한다. 초고층 목조빌딩 구상도 목재를 통해 선진적이면서 친환경적 기업 이미지를 높인다는 시류에서 출발한 것으로 생각한다. 또 내부적으로 주택 사업과 목재 건재 사업이라고 하는 두 사업을 연결하는 미래 핵심사업 육성의 계산도 포함되어 있다. 미래적으로 고강도이면서 균질성이 높은 목재 개발을 수목 바이오테크놀로지로 견인하면서, 재료적으로 불에 견디는 내화목재를 개발을 상정할 수 있다. 이에 수반되는 건축설계·시공·건축자재에 대한 기술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난 발전을 가져올 것이다. 2041년까지 남은 22년 동안 바벨탑의 열정이 식지 않고 계속 타오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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