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옥으로 늘어나는 심의규제, 상호 충돌하기도…
줄어야 할 규제가 오히려 늘어나 국민 불편·비용만 늘어난다”

◆ 중복되고 충돌되는 심의 규제, 부처도 달라 행정의 난맥상 연출
   전형적 탁상행정과 부처이기주의 난무

환경영향평가, 교통영향평가, 구조안전심의, 굴토심의, 사전재해영향성 평가, 도시 디자인심의, 미술장식품 심의, 지하안전영향평가심의, 에너지사용계획서, 성능위주설계,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인증, 경관심의, 건축심의, 문화재심의, 녹색건축인증,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 교육환경평가, 공동주택소음영향평가, 장수명주택 인증, 범죄예방 건축기준, 에너지절약형 친환경주택의 건설기준, 건강친화형 주택 건설기준, 에너지절약계획서, 결로방지 성능평가, 도시계획심의…

사건사고나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안전 강화를 앞세워 건축 관련 인증, 심의제도가 중구난방 생겨나고 있다. 복잡한 심의 인증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심의위원 한명의 주관적 판단으로 발생하는 무기한 허가 연장이 국민의 재산권에 큰 손실을 주고 있다. 국민의 불편과 사회적 비용을 줄이면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기관별 중복심의를 막고, 관계 공무원과 심의위원회의 전문성을 높이는 등 건축심의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건축법 외에 건축물 관련 심의가 근거법령과 관계부처별로 다원화되어 있다. ▲ 환경영향평가(환경부) ▲ 교육영향평가(교육부) ▲ 미술장식품 심의(문화체육관광부) 등 타 부처에서 건축 허가와 연결시켜 심의를 진행토록 하는 경우도 있고, 비슷비슷한 내용의 다른 심의라 중복심의를 받는 셈인 경우도 있다.

A 건축사는 “터파기 공사 안전을 높이겠다며 지하안전영향평가가 생겨났지만, 굴토심의와 거의 비슷하고 심의 시기만 다르다. 심의 상호간에 종합성, 일관성이 결여되어 민원이 발생하고 심의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B 건축사도 “주관하는 행정부처도 달라 절차 이행이나 심의자체가 중복되는 경우도 많다. 정부기관별 중복심의를 막고 체계화, 통폐합해야 한다”면서 “심의 비용(수수료 등)과 심의 대가 지급에 관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사전 심의보다 중요한 것이 사후 관리 및 조정 역할
   건축사에게 사후 관리 및 개선 명령권 부여로 충분히 가능

건축심의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건축사업계에서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C 건축사는 “의사나 변호사의 업무 행위를 심의 받지 않는다. 결과에 대한 법적 소송 등의 과정에 놓이긴 해도 사전 승인이나 허락을 받지는 않는다. 왜곡된 제도와 각종 규제 역할의 심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국가가 나서서 자격제도를 허물고 무시하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D 건축사는 “공무원들이 행정지침을 통해 건축을 규제하려고 하면서 세부항목들이나 절차가 복잡해지고 있다”면서 “건축 전문가인 건축사와의 협업으로 체계화된 체크리스트 등을 만들어 방침이나 규정, 심의 등을 명료하게 하고 완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건축심의 시에는 건축계획, 조경, 구조 등 건축 관련 각 분야별 심의위원들이 건축위원회의 구성원이 되어 각 전문분야별 자문 또는 심의를 한다. 해당 전문분야가 아닌 타 분야에 대한 주관적 심의의견을 심의위원이 제시하기도 하는 등 심의의 전문성이 결여되는 여러 문제점도 지적됐다. AURI가 발표한 ‘지역의 건축행정 효율화를 위한 정책 개발 연구(2015)’에서도 심의위원이 건축심의에 참여하고도 심의기준 등을 알지 못하고 심의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으며, 건축심의 현장모니터링 결과, 건축심의 시 주관적 심의의견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AURI는 “건축심의제도를 합리화하기 위해 실무 건축사를 대상으로 정기적인 규제 발굴 간담회와 설문조사의 운영과 함께 대한건축사협회에 개설된 건축 임의규제 관행 신고센터를 통한 온라인 건축규제 개선 의견수렴 결과를 공유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심의, 허가 받고 준공 후 저지르는 불법 다반사”
   “건축사에게 단속 및 개선 명령권한 부여해 사후 관리 지속화하는 것이 중요”

한편, 건축심의의 객관성과 투명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심의결과를 공개하는 범위와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하기로 하는 ‘건축위원회 심의 기준’이 지난해 8월 개정, 시행된 바 있다. 하지만 사전 심의보다 중요한 것이 사후 관리이다. 사전 심의가 아무리 늘어나고 강화해도 사후 관리가 안 되면 무용지물이다. 수적으로 부족한 건축 공무원이 단속에 나서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심의 받고, 허가 받고 준공 후에 저지르는 불법은 심의와 허가를 무력하게 하는 일이 다반사라는 게 업계 지적이다.

E 건축사는 “에너지 심의를 통과하고 준공된 건물의 창호를 뜯어내고 인테리어 단창으로 시공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경관 심의와 허가를 통과하고 준공된 건물의 외관이 입주한 임대자의 인테리어로 바뀌는 일이 태반”이라며 “건축 전반의 법적 해석 능력이 있는 건축사에게 단속 및 개선 명령권한을 부여해서 사후 관리 업무를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건축 전 행위보다도 훨씬 효과적이고 중요함을 정부와 정치권이 이해하고 제도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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