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현장감찰 결과 시험성적서 조작 등 적발
130곳서 195건 ‘위법’…업자·공무원 고발·문책

▲ <내화충전구조 부실시공 현장> 자료=행정안전부

건축 현장에서 건축자재의 시험성적서를 위·변조하거나 불량 자재를 생산·시공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사장 감리·감독과 지자체의 인허가 과정에서도 부실한 관리가 이뤄지는 등 건축 현장의 안전불감증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국토교통부, 한국건설생활시험연구원 등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안전감찰을 실시한 결과 건축현장 130곳에서 195건의 안전관리 위법사항을 적발했다고 2월 26일 밝혔다.

이번 감찰은 화재에 취약한 건축자재 사용으로 인한 대형 화재 피해 방지를 위해 2015년 10월 이후 단계적으로 강화된 화재안전성능 기준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시됐다.

앞서 정부는 샌드위치 패널(복합자재), 드라이비트(단열재) 등 화재에 취약한 건축자재 사용이 문제가 됐던 2013년 5월 안성 코리아 냉동창고 화재, 2015년 1월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 화재 등을 계기로 안전기준을 강화했다. 600제곱미터 이상의 공장·창고 등에 사용되는 복합자재의 난연성능을 강화하는 내용의 건축법 시행령이 2015년 10월 7월 시행됐다. 또 2016년 4월에는 건축물 외벽 마감재의 준불연성능을 확보해야 하는 대상 건축물을 30층 이상에서 6층 이상 건축물로 확대했다. 이후 지난해 10월 3층 이상 건축물로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 시험성적서 위조 87건 가장 많아
   불량자재 시공·관리감독 소홀 만연

사례 유형별로는 시험성적서 위·변조가 87건으로 가장 많았고, 불량자재 생산·시공 43건, 감리·감독 소홀 28건, 기타 37건 순이었다.

시험성적서 위·변조의 경우 다른 업체에서 시험 받은 건축자재 시험성적서를 자신의 회사에서 시험 받은 것처럼 위조한 사례가 15건, 성적서 갱신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재 두께, 시험결과, 발급년도 등 내용을 변조한 사례가 23건이었다.

기준 미달인 단열재, 강판 등으로 시공하거나 내화구조 기준을 지키지 않고 시공하는 등 기준에 미달하는 건축자재로 불량 시공한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불량 건축자재뿐 아니라 감리·감독, 인허가 과정에서도 관리 소홀이 드러났다. 연면적 5,000제곱미터이상 다중이용 건축물에는 건축, 전기 등 상주감리자가 배치돼 자재 품질관리 등 시공 상태를 확인해야 하지만 건설기술자격증을 대여한 무자격자가 배치된 사실이 적발됐으며, 지자체 9곳에서는 복합자재가 사용된 691개 건물 중 182곳(26.3%)에서 복합자재 품질관리서를 제출하지 않았음에도 사용승인을 처리하기도 했다.

일부 사설 시험기관에서는 내화페인트가 쉽게 타지 않는 난연성이 확보되지 않았는데도 확인 없이 시공업체가 신청한 그대로 시험해 합격 처리했다. 한 공인시험기관에서는 KS 시험기준에 규정된 시료두께 기준을 위반하거나 가스유해성을 기준과 다르게 시험한 후 합격증을 발급했다.

◆ 건축자재 품명 표기 준수해야

건축업계는 건축자재 품명 표기가 의무화돼 있음에도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꼬집고 있다. 현행 건축법 시행규칙 제14조(착공신고 등) 제1항에 따라 착공신고 시 설계도서에 건축자재 품명을 표기하도록 의무화돼 있다. 또 건축자재 변경 시 ‘설계자와의 적정성 검토 의무화’에 대한 규정이 명시돼 있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A 건축사는 “현장에서 비전문가인 건축주들이 각종 법적 기준을 무시하기 일쑤인 데다 시공자들도 이에 발맞춰 수시로 대체제를 제안하는 등 임의로 자재를 변경하는 경우가 있는데 건축물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B 건축사는 “감리자는 육안으로 자재와 시험성적서를 비교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누구라도 확인할 수 있도록 건축자재 품명을 구체적으로 명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3월부터 17개 시·도 현장감찰 실시

한편 행안부는 시험성적서를 고의로 위·변조한 자재업자 등 36명, 성능 미달 건축자재 생산·시공업자 등 20명 등 56명을 관할 지자체가 형사고발하도록 조치했다. 건축자재 시공과 품질관리를 소홀히 한 건축사 28명은 징계, 불량자재 제조업자 17명은 영업정지하는 등 행정 처분했다. 또 이번 감찰 결과로 드러난 건축자재의 부실 품질관리 문제를 ‘범정부 안전분야 반부패협의회’ 중점과제로 선정해 3월부터 17개 시·도 안전감찰 조직을 중심으로 ‘건설공사장 품질 및 안전 관리 감찰’을 대대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행안부는 앞으로 건축자재 외에 공사장의 토질 조사, 흙막이 공사 등 지반 굴착공사의 적절성 여부와 화재예방 안전관리수칙 준수 여부도 감찰할 계획이다. 아울러 국토교통부의 ‘건축안전모니터링 사업’과도 연계해 전국 현장 감찰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류희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건설업계의 고질적이고 고의적인 불법행위는 국민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생활적폐”라며 “지속적인 감찰활동과 제도개선으로 국민의 안전기본권을 보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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