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되는 여운을 남긴 두 이야기가 있다.
첫 번째.
작년에 착공한 현장이 있다. 건축주가 직영공사 진행을 원했고, 몇 번의 우려 섞인 만류 끝에 나도 동의했다. 소규모건축물 감리분리 대상에 해당되어 안내드렸고, 편의상 감리자 추첨 및 감리계약을 위한 건축사사무소 첫 방문까지를 함께 했다. 당황스러운 일은 사무소에 방문했을 때 일어났다. 선정된 건축사님이 회의 중이어서 담당 실장과 이야기를 나누게 됐는데, 처음 받은 질문이 “감리 계약하러 오셨으면 계약서는 써오셨나요?”였다. “오늘 첫 미팅 후에 소장님과 건축주가 이야기 나누셔서 작성하면 되지 않을까요?”라고 답변 드렸다. 그런데 돌아온 말은 “그게 아니고, 감리계약서를 설계자분이 알아서 작성해 오셨어야죠. 그것도 모르셨나요?”였다. 요약하자면 그 지역에서는 감리자가 서명만 하면 되도록 감리계약서는 ‘당연히’ 설계자가 감리자 대신 작성해 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마침 회의를 마치고 나오신 건축사님이 해결해주셨지만, 감리 ‘분리’ 제도와는 다르게 설계자에게 계약서 ‘통합’ 작성까지 요구하는 ‘관례’가 너무 씁쓸하게 느껴졌다. 소규모 건축물 감리 분리 제도의 원 취지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전에 무력감을 먼저 느끼게 만든 일화다.
두 번째.
협회에 가입 후 한 번도 지역건축사회 친목모임에 나가지 못했다. 여러 번 초대해주셨지만 번번이 일정이 겹쳐 미루다가, 어느새 다른 구로 이사하게 되어서 이제는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일정을 바꿔가며 연말 모임에 참석했다. 적어도 같은 구 소속 사무소로서는 처음이지만 마지막 참석이 되었는데, 처음 보는 얼굴임에도 무척 따뜻하게 대해주셨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다른 건축사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집에 돌아와서까지 여운이 이어졌던 한 선배 건축사님의 학생 때의 열정, 처음 사무실 개소 시의 포부, 몇 번이고 다가왔던 어려움들, 그리고 현재의 방향 설정과 이제는 그 경험으로 후배들한테 많은 도움을 주려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이렇게 글로 옮겨놓으면 흔한 이야기로 보일 수 있겠지만 나한테는 큰 울림이었던 것은, 최선을 다해 각자의 밀도로 이 길을 앞서나가고 있는 선배가 내가 모르는 곳에 너무도 많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기쁘게도, 존중하고 주목할 수 있는 선례가 너무도 많다.
앞의 두 이야기 사이에는 큰 간극이 존재한다. 함께 길을 만들어가는 선후배, 동료 건축사들의 모두에게 힘을 주는 이야기들이 훨씬 많다고 믿지만, 그렇지 않은 몇몇 가지가 너무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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