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기준을 강화하면서 기밀성이나 단열성이 높은 자재의 사용으로 쾌적성을 추구하고 있다. 그런데 실내공기질 측면에서 건강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기밀성과 단열성이 높은 기능성 건재나 내장재 등에서 방출되는 화학물질이 건강을 해치기 때문이다. 최근 가족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건축재로 유해물질이 배재된 천연소재를 찾는 이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오랫동안 목재의 인체에 긍정적 효과를 연구한 필자로서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으로 생각한다. 목재가 천연소재 중에서 효능으로 치면 으뜸이기 때문이다. 목재는 시각적으로 따뜻하다는 인상을 줄 뿐만 아니라, 혈압, 심장박동 등의 생리 응답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또한 목재를 사용한 공간은 수면의 질이 좋아지고, 일을 하면서 지적 생산성이 향상된다는 업무효율의 향상과 연결된다. 하지만 아무리 좋다는 목재도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 작용한다. 목재를 너무 많이 사용한 방은 어둡고 압박감이 느껴진다. 반면 방 안 전체가 새하얀 거실에서는 시각적으로 긴장감이나 피로감이 높아지고 혈압이 상승하며 맥박수도 빨라진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그렇다면 생리 응답이 좋으면서 쾌적성을 높일 수 있도록 분위기를 바꾸려면 목재를 얼마나 사용해야 할지 궁금하다. 방 전체를 목재로 마감하면 어떨까? 목재가 눈에 쉽게 들어오므로 치유효과도 크고 보다 쾌적한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다고만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인위적으로 목재 사용률을 조절한 실내에서 시각적으로 쾌적성의 영향을 조사한 결과, 깊게 잠드는 시간이 바뀌는 경향이 확인되었다. 목재의 향기가 부교감신경을 자극하여 긴장을 풀고 초조함을 없앤 편안한 상태를 만들어 분명 수면의 질은 좋아진다. 또한 목재의 향기는 지적 생산성을 높인다는 구체적인 실험 결과도 있다. 모의 문서 작성 업무를 통해 지적 생산성을 평가한 결과, 목재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방에 비해 45%와 100%의 방에서는 컴퓨터 타이핑 성적이 높게 나왔다. 그렇지만 실내를 모두 목재로 꾸미면 어두운 인상이나 무거운 압박감이 따른다. 생리적으로 목재 사용률 30% 방에서는 맥박 수가 떨어졌고 45%의 방에서는 증가했다. 맥박 수는 생체가 편안하면 떨어지고 교감신경 활동이 활발하면 증가한다. 30%에서는 편안하고 45%에서는 쾌적함을 느낀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면 90%의 방은 어떨까? 쾌적하다고 평가는 받았지만, 80~90초 동안 뇌 활동이 급격하게 저하되었다. 이는 압박을 받는 질린 상태일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목재 사용률이 너무 높아도 생리 응답이 좋지 않다. 중용(中庸)이 필요하다. 목재 사용률이 50% 전후가 가장 효과적이다. 목재가 많고 적음을 떠나 목재로 꾸민 방에서 잠을 자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