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 이펙트 Walmart effect라는 용어가 있다. 미국 경제학자 찰스 피시먼이 주장한 책에서 나오는 용어로 지역의 작은 상점이 몰락하고, 상점에 연계된 도매업자, 종업원, 회계사, 임대업 등 지역의 작은 경제 생산구조가 파괴되는 현상을 분석해서 화제가 된 책이다. 월마트 이펙트는 언뜻 좋아 보이지만, 지역에 들어선 대형 마트가 시간이 흐르면서 지역 경제를 파괴하고 결국 소비자가 사라지며 현장을 떠나는 것을 말한다.
오래전 나온 이 책을 읽는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했다. 우리 건축사들이 왜 이렇게 어려운지 한 방에 해석되었기 때문이다. 그뿐이랴? 국가 경제가 발전함에도 불구하고 보통의 일반 생활 내수가 파괴되고, 일자리를 잃어버리는 상황이 한 눈에 이해되었기 때문이다. 4차 산업 혁명은 초고도의 생산성과 산업 합리화시대다. AI가 산업 생태계의 주류가 될 텐데, 고용창출이 높아질 리가 없다.
이런 현상을 마주하다 보면 미래가 두렵고 아찔하기도 하다.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국가가 이런 문제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는, Big Picture가 안 보인다는 점이다. 이것은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관료를 비롯한 국가 정책을 만들고 계획하고, 추진하는 모든 관계자들의 문제다.
한마디로 상상력이 부족하고, 통찰력이 없다는 말이다.
국가의 리더 그룹들이 가져야 할 상상력과 통찰력 부족은 결국 다수의 국민들이 불행해진다는 점이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는 불행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2019년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신문 한 코너를 장식하는 기사가 눈에 들어온다. 송파 가락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한 1만 세대 가까운 아파트 단지의 입주 기사들인데, 당장 부동산 가격 폭등운운으로 신문기사를 장식했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입주 폭탄이니 하면서 전세가와 부동산 가격 하락의 원인이라 진단한다.
하지만 건축사 입장에서 바라보는 이 거대한 도시규모의 아파트 단지는 공포스럽다. 건축적인 경관의 이야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구조의 측면에서 우리 사회의 대다수 일자리 생존권이 사라지는 사막화 현장인 것이다.
당장의 나 좋다고 언급하는 것이 아니다. 1만세대의 주택. 굳이 단독 주택이 아니더라도, 다세대나 연립, 도시형 생활주택 등의 개별 건축이었다면 몇 천개의 건축사 사무소가 수주할 물량이다. 건축사만 해당 될까? 소형 건설사는 어떤가? 그리고 파생되는 수많은 지역 일자리들은 어떤가?
사업비 2조의 가락 시영 재건축은 1만세대의 주거단지로 탄생했는데, 과연 이 사업의 경제적 생산 유발 효과는 얼마나 있는가? 미국이나 일본은 왜 이런 초대규모 재개발이나 주택 공급 사업을 진행하지 않을까?
그들이라고 안 하고 싶었을까? 그들이 우리처럼 대량 공급의 표준화 주택 정책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는 경제적 순환 구조가 파괴되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내수 경제에서 어떤 분야보다 가장 파급력이 있고, 개인에게 영향 주는 일자리 창출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이 생활 건축 시장이다. 정책을 만들고 계획하는 모든 의사결정권자들의 자각이 시급하다.

정부는 강제로 수용하는 현재의 땅장사식 재개발, 재건축, 택지 개발은 멈추고 생활건축 경제를 창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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