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해(己亥)년 황금 돼지해를 맞아 나라 안팎으로 경기 부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긍정적인 기운으로 충만해 있다. 돼지는 재물과 행운을 상징하고 풍요로움과 다산을 의미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돼지에서 비롯된 집짓기에 대한 오래된 오해가 있다. 그것은 어렸을 때 누구나 한번 들어본 적이 있는 아기 돼지 3형제라는 유명한 영국의 동화가 발단이다. 이 동화는 성장하여 어미로부터 분가하는 3마리 새끼 돼지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첫째는 볏짚으로 집을 만들고, 둘째는 나무 집을 짓고, 셋째 동생은 벽돌집을 만든다. 볏짚과 나무집은 늑대의 콧바람에 날아가 버리지만 벽돌집은 늑대가 덮쳐도 끄떡없으며, 늑대를 혼내주었다. 이를 듣고 자란 아이들에게는 어릴 때부터 짚이나 나무집은 위험하고 벽돌집이 제일 안전하다고 각인되어 있다. 이 동화의 배경은 영국이다. 영국은 지진이 거의 없으며 바람의 피해가 크다. 골프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브리티시오픈에서는 골퍼와 바람의 싸움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그만큼 영국에서는 바람의 힘에 견딜 수 있는 집짓기를 생각해야 한다. 풍하중에 견디려면 무거운 벽돌이나 콘크리트집이 안성맞춤이다. 그러나 지진 피해가 심각한 나라에서는 전혀 이야기가 다르다. 지진에서 가장 안전한 것은 첫째의 가벼운 볏짚으로 된 집이다. 부서지거나 무너져도 압사하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의 나무집은 건물 자체가 가볍고 재료 강도도 높기 때문에 지진 시에 걸리는 힘도 상대적으로 작다. 가장 위험한 것이 셋째가 지은 벽돌집이다. 지진으로 건물이 받는 진동에너지는 건물의 중량에 비례하기 때문에 무거운 재료는 무너질 위험도가 높다. 현대판으로 해석할 때, 아기 돼지 3형제에서 나무집을 지은 둘째가 가장 현명한 선택을 한 것이다. 목재는 철이나 콘크리트에 비하여 훨씬 우수한 성능을 갖춘 고성능의 천연 건축재다. 강도를 비중으로 나눈 것을 「비강도」라 한다. 가벼우면서 튼튼한 재료를 요구하는 분야에서 동일한 무게일 때 강도를 비교하기 위한 값으로 사용한다. 그러니까 비강도가 클수록 가볍고 강한 재료다. 목재의 인장 비강도는 콘크리트의 약 225배, 철의 4.4배이며, 압축 비강도는 콘크리트의 9.5배, 철의 2.1배, 휨 비강도는 콘크리트의 약 400배, 철의 15.3배다. 목재는 철근이나 콘크리트에 비해 압도적으로 비강도가 높고 튼튼하다. 무거운 철근콘크리트 건축물보다 가벼운 목조 건축물이 지진에 잘 견디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목재 이용기술은 고강도의 건축재에 비견할 만한 균질한 성능을 지닌 구조용집성판(Cross Laminated Timber, CLT)과 같은 공학목재를 개발하고 초고층 목조건축물 축조에 적용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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