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6천 명 잠자는 건축사자격 활용책 논의 필요

건축사자격 2만1234명 중 등록건축사는 1만5471명뿐
약 6천 명 잠자는 건축사자격 활용책 논의 필요
건축사를 건축인허가 분쟁극복 위한 공무원으로 고용하면
일자리 창출되고, 건축행정 전문성 확보 가능

▲ DSA(Division of the state architect) 웹사이트_http://www.dgs.ca.gov/dsa/Home.aspx

A건축사는 과거 ○○동 건축 인허가 과정에서 공무원과 부딪친 경험을 잊지 못한다. ○○ 도시설계 가이드라인에 합벽개발을 지시하고 있었고, 해당 건축주는 이웃한 토지주와 합의를 마친 상태였다. 그럼에도 담당 공무원은 무조건 건축경계선에서 이격할 것을 강제했다. A건축사는 사례 사진을 보여주며 설득 했지만, 문제는 담당 공무원이 합벽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거였다. A건축사는 건물 사이 1미터를 띄우고서야 겨우 허가를 받았다.

◆ 서울시 별정직 공무원으로 건축사 고용사례…
   미국 등 해외도 건축사를 건축 인허가나 건축 프로세스
   업무 책임자로 고용하는 실정

일부 지자체의 경직된 법령해석과 미숙한 건축행정이 건축행정업무에서 심각한 불편을 끼치는 대표적인 사례다. 사실 법 취지나 현장을 모르는 ‘미숙한 건축행정’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건축행정 과정에서 시대 흐름을 외면한 법령해석을 하거나 여러 마찰을 빚는 원인은 허가관청 내 전문인력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한국의 통상 공무원은 대부분 1∼2년마다 순환보직을 하기 때문에 전문성을 키우기 힘든 실정이다. 단적으로 다락방 논쟁만 봐도 그렇다. 건축법에 규정된 다락은 지난 수십 년간 단순 높이에서 가중 평균으로 때로는 불허로, 지금은 건축인허가 담당의 은밀한 권한으로 통제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A건축사는 “법이 시대 변화를 무시한 채 기존 유권해석만 답습하거나 일관성 없이 지역마다 다르게 적용된다”며 “다락의 경우 서울시 기초지자체별로 허가를 다르게 내주는데, 법 해석·집행에 있어 불법전용을 예언하는 식으로 인허가 담당 공무원이 월권을 갖고 처리하는 형편이다”고 강조했다.

B건축사는 “법에 근거하지 않은 지자체 내부지침 등의 이유로 반려가 되는 경우도 많다. 무능한 건축사가 되지 않으려고, 건축주를 붙잡기 위한 각종 수단을 동원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수단 좋은 사람만 살아남는 왜곡된 구조가 고착화되는 악순환이 이어져 근본적으로 문제원인이 무엇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 해석·집행이 일관성이 있어야 함은 필수적인데 문제는 수십 년간 때만 되면 처벌에 방점을 두고 제재만 가한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책임자인 건축사만 불이익을 받게 돼 공정치 못하다는 의견이다.

◆ 지역건축안전센터, 대부분 광역지자체·기초지자체
   예산문제로 설립에 난항

현행법상 건축행정을 강화할 목적으로 지자체가 설치할 수 있는 지역건축안전센터 제도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광역지자체, 기초지자체가 예산이 크게 소요된다는 이유로 설립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서울시는 강동구를 비롯해 동대문구, 동작구가 전문인력 채용을 진행 중인데, 담당업무를 살펴보면 인허가 도서검토 뿐만 아니라 현장조사·안전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C건축사는 “왜곡된 구조를 일거에 해소하긴 어렵지만, 서울시가 별정직 공무원으로 건축사를 고용한 사례를 보면 참고할 만하며,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이 가능하다”며 “해외도 전문가인 건축사를 건축 인허가나 건축 프로세스 업무 책임자로 적극 고용하는 실정이다”고 했다. <참고=월간 건축사 1월호 건축담론 참조>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등록원에 따르면 현재 건축사자격을 가진 사람은 2만1234명으로, 이중 건축사등록원에 등록한 건축사는 1만5471명으로 집계된다. 약 6천 명의 건축사자격이 자격등록 없이 잠을 자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이들을 단순히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최근 이십 년간 건축사가 초고속으로 배출됐고, 이에 따른 경쟁 심화로 시장환경이 급격히 악화돼 있기 때문이다. 시장파이를 키우는 업역확대 노력에 더해 잠자는 건축사 자격 활용방안이 동시에 마련된다면 ‘산업파이’도 챙길 수 있고, 건축행정 구조혁신·경쟁력 향상도 이뤄낼 수 있다.

C건축사는 “해외와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국내는 아파트 비중이 전체 주택 중 60%가 넘고, 아파트 몇 천 세대를 건축사 1명이 책임지는 왜곡된 구조다. 건축·소방·복지 분야 등 과로로 쓰러지는 공무원도 적지 않은데, 잠자는 건축사자격을 지자체 공무원으로 채용해 적극 활용한다면 건축행정 속도를 높일 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 직접적인 행정업무 참여로 좋은 건축과 도시를 만드는 실질적 역할을 부여할 수 있다”고 전했다.

<건축행정 업무 전문화 ‘건축사 활용’ 해외 사례는>

사실 국내의 많은 건축 인허가 부조리와 다툼은 비전문가인 공무원의 월권과 해당 법 취지의 이해부족에서 벌어진다는 의견이 많았다. 특히 순환보직으로 갑자기 배치된 공무원이라면 건축을 알리 만무하다. 원칙적으로 건축사가 건축 인허가 업무를 실제 해야 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지만, 과거 지난 50∼60년대 급성장한 한국의 행정 체계상 불가능 했던 게 사실이다. 신도시처럼 급속한 성장을 하는 도시의 경우 현직 공무원들의 과로가 상당해 업무처리 속도를 맞출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경우 건축 인허가과정은 철저하게 분업화돼 있으며, 각 부분을 건축사가 담당하고 전문화돼 있다. 캘리포니아는 'DSA(Division of State Architect)'라고 불리우는 주정부 산하기관에 State architect가 있다. 학교와 Community college 등 프로젝트를 리뷰한다. 보통 일반 건축물은 Local city에서 허가를 내주며, 병원은 주정부 직속인 OSHPD라는 기관에서, 학교는 DSA에서 접수·허가를 진행한다.


편집국장, 공동취재 장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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