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 오은

뜬구름을 잡다가
어느 날 소낙비를 맞았다

생각없이 걷다가 길을 잃기도 했다
생각이 없을 때에도 길은 늘 있었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
그런데 머리는 왜 안 돌아갈까?

너무 슬픈데 눈물이 한 방울도
나지 않았다
다음 날, 몸 전체가 통째로 쏟아졌다

어른은 다 자란 사람이란 뜻이다
한참 더 자라야 할 것이다

나이를 먹어도 먹어도
소화가 안 되는 병에 걸렸다

-『나는 이름이 있었다』오은 시집 / 아침달 / 2018년
서른은 각별한 연대기다. 청춘의 20대를 마감하지만 기성도 아닌 어정쩡한 시기이기도 하고, 아직 20대의 울분과 막막함, 넘치는 힘들이 방향성을 갖지 못한 시기이기도 하다. 언제나 사회는 삼십세에게 묻는다. 아직도? 뭔가 해야지? 생각은 있겠지? 그러나 그는 아직도 뭐가 뭔지 모른다. 왜 자신에게 이 사회가 그런 질문을 하는지도, 자신에게 대답할 의무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가오는 기해년, 이제 서른이 되는 모든 청춘을 위해 뜨겁게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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