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공공건축가 제도가 도입됐는가?
우리 건축사들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이 이면에는 건축사들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공공성과 도덕성, 건축에 대한 철학이 없다고 생각하는
불신이 있어서는 아닐까?
그냥 건축사가 업무를 수행하면 될 것을,
공공건축가라는 명칭으로 구분 지으려고 하는 것일까?


최근 국가건축정책위원장(승효상)은 전국 지자체를 방문하면서 국가건축정책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공공건축가 제도와 총괄건축가 제도를 도입할 것을 권고한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에 발맞추어, 지난 11월 22일 광주에서는 공공건축가 제도 도입을 위한 토론의 장(광주건축도시문화제 심포지엄)이 있었다. 서울과 부산의 사례가 소개되고, 그에 대한 다양한 질문과 답이 오가는 시간이었다. 공공건축가 제도를 도입하기 전에 미리 시행착오를 예방하기 위한 행사였다. 그리고 광주광역시의 많은 건축사들과 교수들이 공공건축가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는 심포지엄이었다.
서울의 사례 발표는 공공건축가 제도 도입 이후 도시에서 공공건축물의 가치가 올라가고, 다양한 효과가 증명되었음을 소개했다.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와 대규모 공공건축프로젝트(세운상가, 서울로 등)를 소개했다. 부산의 사례를 발표한 필자는 공공건축가로서 참여한 실제 설계 프로젝트(부산시민의 숲 방문자센터)를 완성해가는 과정동안 겪은 사건들을 소개했다. 물론 자랑거리보다는 부끄러운 상황과 현실,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과 그 이후의 변화에 대한 내용을 발표했다. 특히 공공건축가제도에 대한 홍보 부족, 공공건축가들의 각기 다른 지향점, 그리고 공공건축물의 설계, 시공과정에서의 공공건축가의 지위와 권한에 대한 애로사항을 소개했다. 그중의 몇 가지 중요한 내용을 다시 이 글을 통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선 공무원들을 공공건축가와 업무를 수행할 때, 공공건축가들을 단순한 업자로 간주하면서 업무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한 발주처 구성원들(행정, 기술)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그리고 공공건축가에 대한 정확한 위치와 권리, 책임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라인도 필요하다. 설계자, 발주처, 감독, 시공자, 감리자 사이에서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해야 하고, 공공건축가는 어떤 책임과 결정권을 가질 수 있는지에 설정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규정과 학습 없이는 이 제도가 제대로 수행되기 어렵다.
또한 공공건축가가 참여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제도가 필요하다. 계약제도에 의해 많은 제한을 받는 다양한 공공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예외규정이나, 지원제도가 있어야 한다. 제도의 한계를 극복하여, 공공성이 더욱 확보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공공건축가는 호구가 아니다. 그리고 공공건축가는 재능기부를 하거나, 봉사하는 사람이 아니다. 당연히 적절한 대가가 확보되어야 한다. 이것은 제도적으로 보완되어야 할 부분이다. 경제적 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공공건축가로의 역할을 하려면, 먹고사는 일에서 자유로워져야 할 것이다. 그래야지만 오로지 공공건축의 지향점을 향해 달릴 수 있을 것이다.

공공건축가 당사자들도 문제이다. 그들은 서로 다른 꿈을 꾸고 있다. 누군가는 권력을 위해 공공건축가가 되었고, 누군가는 자신의 경제적 실익을 위해서 움직였고, 공감가지 않는 공공건축가의 역할을 주장했다. 그리고 모 건축사는 공공건축가라는 타이틀만으로 만족하는 것처럼 소극적인 행태를 보였다. 이는 공공건축가의 지위와 역할, 권한과 책임이 규정되어 있지 않아서 생긴 현상으로만 치부하기에 부끄러운 현상이었다. 우선 당사자들부터 반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왜 공공건축가 제도가 도입되었는가? 우리 건축사들은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부분이다. 이 이면에는 건축사들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다. 대부분의 건축사들이 공공성과 도덕성, 건축에 대한 철학이 없다고 생각하는 불신이 있어서는 아닐까? 그냥 건축사가 업무를 수행하면 될 것을, 공공건축가라는 명칭으로 구분 지으려고 하는 것일까? 공공건축가의 역할은 이미 오래전부터 해오던 건축사의 업무일 뿐인데, 왜 공공건축가를 별도로 임명하여야 하는가? 그리고 역량 있는 건축사라는 명칭은 왜 생겼을까?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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