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대한건축사협회의 직선제 2기를 맞이하면서 확실히 다양한 활력이 느껴지고 있다. 변화의 느낌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직선제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회원들의 요구나 희망을 반영하는 노력이 좀 더 선명해 지기 때문이다.
다만 아쉽게도 대외적 환경은 녹록치 않다. 건축설계 시장의 정책적 축소는 대기업 중심으로 전개되는 대형 프로젝트나 아파트중심의 주거 정책이 바탕이 되고 있다. 시장의 축소에 비해서 건축사 숫자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경쟁이 좋은 듯하지만, 현재의 무한 경쟁은 시장의 질적 개선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덤핑과 질 낮은 설계 서비스 제공 등은 무한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한 일종의 몸부림일 수 있다. 덤핑은 안 된다는 당위성은 누구나 다 이해하지만, 현실 상황을 보면 이런 당위성은 낭만적인 바람일 뿐이다. 생존 앞에서 명분이 설 논리가 부족하다.
건축시장이 토목을 능가한지 한참이다. 건축 시장이 분명히 크다. 하지만 설계에 기반 한 건축사 입장에서 내용을 보면 처참하다. 정부정책은 여전히 양적 공급으로 아파트 중심의 주택 공급 정책을 오히려 강화하며, 단독주택시장을 현저히 잠식해가고 있다. 공공임대 주택 역시 마찬가지여서, 자본의 흐름이 시장에 오기 전에 대기업 건설사와 이들 협력 건축사사무소만 생존하는 분위기다. 정부부처인 국토부는 이런 사고의 틀을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우리 사회가 고용 없는 성장으로 진입했다는 점이다. 4차 산업 혁명 시대에서 개인 일자리는 거의 발생되지 않는다. 이런 경제적 시장 변화에 건축설계도 예외가 아니다. 이미 기본적 지역 검토를 각종 소프트웨어나 관련 프로그램회사에서 AI로 제시하고 있다.
많은 국가들이 고용불안에 대한 대응을 하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보면 우리와 현저히 차이가 나는 분야가 바로 건축에 대한 시선과 정책이다.
이런 상황에서 건축사들은 과연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가? 지금이 매우 중요한 시기다. 패러다임이 바뀌는 전환기로 어떤 정책과 제도를 선택하느냐가 앞으로 건축사들의 생존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설계를 생산성 낮은 지나간 시절의 업무라고 하지만, 설계의 가치와 경제적 파급효과가 매우 큰 산업의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건축사들의 경험과 상상력에 기반한 문제 해결 능력, 속칭 규모검토와 프로그램은 뛰어난 창의적 성과물이며 중요한 열쇠다. 노동력 기반의 제조업 방식으로 접근 하는 것이 실시설계라고 한다면, 첨단 지식산업으로 대가 지불을 요청해야 하는 것이 기획과 계획 설계 같은 것이다. 불가능하다 보면 영원히 덤핑과 무료 서비스로 건축사들의 지식과 아이디어가 소모될 것이다. 방법은?
과연 방법은 무엇일까?
특단의 빠른 해결책이 있었다면 이미 수십년 전 선배건축사들이 해결했을 것이다. 만약 지금까지 노력했는데 해결이 안 되었다면 건축사들 스스로 반성하고 돌아봐야 한다.
그 첫 번째 과정은 한 목소리를 내는 자리를 만들고, 지속적이고 지치지 않게 반복적으로 끊임없이 사회를 향해 설득하고 설명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건축사시험 합격자들을 건축사협회로 이끌어야 한다. 이들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원하는 것을 제공해야 한다.
평균 연령이 50대 초반이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지난 십수년간 데이터를 보면 매해 30, 40대가 90퍼센트를 넘는다. 이젠 이들에게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으로 대한건축사 협회는 30, 40대에게 공간을 제공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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