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단순한 것보다 복잡한 것이 만들기도 어렵도 더 큰 가치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는 단순함이 복잡함보다 달성하기 더 어렵다고 말했다. 이 말은 통념에 반한다. 복잡한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드는 게 단순한 자료를 만드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복잡한 기계장치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왜 잡스는 이런 말을 했을까.
이를 이해하려면 다른 차원의 사고가 필요하다. 자동 변속기는 수동 변속기에 비해 단순하다. 운전자는 그저 엑셀과 브레이크만 밟으면 된다. 하지만 이런 단순함을 달성하려면 뒷단에서 훨씬 복잡하고 정교한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복잡한 작동법을 익혀야 하는 수동 변속기를 만드는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기술이 필요하다. 즉, 잡스의 말대로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단순함은 훨씬 달성하기 어렵다.
가치있는 단순함을 달성하려면 강력한 통찰력이 필요하다. 100페이지짜리 파워포인트 자료를 만들려면 수집 가능한 정보를 모두 집어넣으면 된다. 하지만 단 한 장짜리 파워포인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핵심을 파악해야 하고 중요한 정보를 빠뜨려서도 안 된다. 불필요한 정보는 과감하게 삭제해야 한다. 복잡한 사회 현상에 대한 강력한 통찰력 없이는 절대 불가능한 작업이다. 실제 자수성가로 거대 금융기업을 일군 창업가는 수천 억 원짜리 투자안도 한 장짜리 보고서로 의사결정을 한다. 시장에 대한 강한 통찰력 덕분이다.
단순함을 달성하려면 용기도 필요하다. 조직이 복잡한 위계질서와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어놓은 이유는 구성원들의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서다. 여러 사람이 복잡한 절차를 거쳐 의사결정을 하게 되면 책임이 분산되고 불안감이 줄어든다. 물론 이 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자원이 낭비된다. 불안감을 극복한 사람만이 조직의 구조를 단순화시킬 수 있다.
단순함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편견도 극복해야 한다. 한 열쇠 수리공은 피나는 노력 끝에 순식간에 열쇠를 고치는 기술을 확보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단순한 일에 많은 돈을 줄 수 없다고 했다. 결국 열쇠 수리공은 불필요하게 오랜 시간 노력하는 척 해야 했다. 복잡한 절차나 프로세스가 우월한 것이라는 통념에 맞서는 건 쉽지 않은 과제다. 하지만 단순한 경영은 복잡한 경영을 항상 이긴다. 한 단계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불필요한 서류와 절차를 줄이고 구조와 프로세스도 단순화하는 용기 있는 도전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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