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티가 왜?

정익현 건축사l승인2018.11.2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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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우리가 말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 어깨에 짊어진 무게감이
어떠한가를.


늦가을의 차분함이 느껴지는 11월이다.
꼭 1년 전 11월의 이런 느낌을 깨뜨리고 진도 5.4 규모의 포항지진이 발생했다. 2천여 명의 이재민과 2만5천여 개소의 시설이 피해를 입었다. 그 중 다가구주택 건물 2동에서 1층 필로티 기둥의 파손이 있었다. 그런데 유독 필로티 건물의 기둥 파손이 매스컴에 부각되면서 필로티 구조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70년대 나의 학창시절, 건축공학과에 ‘FOCUS’라는 서클이 있었는데 2학년 때 가입하였다. 모임에 가면 3.4학년 선배들은 외국의 유명 건축사들을 나열하며 건축지식을 뽐내곤 했다. 그 때 들었던 이름이 대략 ‘미스 반 데어 로에,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르 코르뷔지에’ 등이었다. 학과 도서실에서 노란색 하드보드 표지의 그들 작품집을 처음 대했을 때의 감동과 설렘을 지금도 기억한다. 르 코르뷔지에는 「근대 건축 5원칙」을 말했는데 ‘필로티, 옥상정원, 자유로운 평면, 자유로운 입면, 띠 창(수평 창)’이 그 것이다.
그 때로부터 10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 필로티는 한국에서 시비 거리가 되었다.  필로티는 건축의 여러 형태 중 하나, 또는 건축 구조의 다양한 형식의 하나일 뿐이다. 필로티 형태는 건축물의 구성요소인 바닥, 벽, 지붕 중 벽이 없는 것으로 통행이 자유롭고 영역을 구분 짓지 않아 공간의 개방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이다. 이는 구조 기술의 발달로 벽이 지탱하던 기능을 기둥이 대신함으로써 얻은 결과였다. 우리나라에서는 공중의 통행이나 주차장으로 전용되는 경우 건축법에서 높이, 층수, 면적 산정에서 혜택을 주었는데 다가구나 다세대주택에서 1층 필로티를 주차장으로 사용하면서 필로티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던 차에 포항 지진으로 필로티 기둥이 파손되면서 필로티 구조가 희생양이 된 느낌이다. 얼마 전 필로티 구조의 감리를 강화하는 건축법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 되었는데 그 내용을 보면 건축사에 대한 불신이 지나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진하면 우리는 흔히 일본을 떠 올린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지진에 대해 일본보다 안전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어서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 국민의 정서가 이럴진대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이럴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확실하게 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청주지역건축사회에서는 지난 달 건축사 전문교육과는 별개로 관계 전문가를 초빙하여 필로티 건축물의 구조 설계와 감리의 이론 및 실무에 대해 교육을 하였다. 나는 그 자리에서 강사에게 질문 아닌 질문을 하였다. “우리만 교육을 받아서 무엇 하겠는가? 건축주와 시공자도 교육을 받아야 한다”라고. 세상에는 몰라서 못하는 일이 있고 알면서도 안 하는 일이 있다. 만약 알면서도 안 하는 것이 공사비 때문이라면, 관행처럼 해왔기 때문이라면 이제 건물의 안전과 국민의 생명을 위해 건축주, 시공자의 인식도 분명 달라져야 한다. 문제라면 필로티 구조가 아니라 ‘부실시공’이다. 그렇다면 시공자와 건축주의 인식 변화와 교육이 함께 이루어져야 하고 아울러 재난에 대처하는 안일한 국민의식이 바뀌어야 함은 물론이다.
학창 시절엔 건축에 대한 낭만이 있었고 졸업 후 실무를 하면서 열정도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점점 사라져 가는 것 같다.
이제는 우리가 말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 어깨에 짊어진 무게감이 어떠한가를.


정익현 건축사  예전 건축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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