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공공건축은 후대를 위한 유산, 수주용 공공건축은 죄악!

국내 설계공모 전문가 의견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 장영호 기자l승인2018.11.16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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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註>
지난 10월 31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과 행정안전부 정부청사관리본부가 정부세종 신청사 국제설계공모 당선작을 발표한 가운데 공모 심사위원장을 맡은 김인철 건축사가 돌연 사퇴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총 사업비 3,714억원에 달하는 국가 백년대계를 결정하는 상징적 프로젝트가 ‘불공정 심사’ 논란의 한 가운데에 선 것을 두고 이참에 ‘왜 우리 공공건축이 세계적 건축자산이 되지 못하는지’, ‘현행 심사구조에 불합리성은 없는지’를 공론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본지는 정부세종 신청사 설계공모 심사위원장직을 사퇴한 김인철 건축사의 인터뷰와 해외 공공건축 사례들을 게재한다.

국내 설계공모 전문가 의견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
공공건축은 독창적 건축완성도에 최우선 가치 둬야

우리나라 공공건축의 가장 큰 문제는 사업 진행 전반에 걸쳐 있다. 이번 사태처럼 국내 설계공모의 가장 큰 문제는 건축사들이 소수로 참여해 심사과정 다수결투표 방식으로 전문가 의견이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이다. 현행 ‘건축 설계공모 운영지침’ 제11조(심사위원회의 구성·운영 등)에 따르면 ‘심사위원회는 발주기관등이 임명 또는 위촉한 5∼9인의 심사위원으로 구성한다. 이 경우, 발주기관 소속 임·직원은 전체 위원수의 30퍼센트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심사위원으로 구성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A건축사는 “민주적 절차라는 미명하에 사용자 권력이 커지고 있지만, 이는 정답이 아니다. 2차 세계대전 독일 히틀러 나치 정권 또한 선거로 선출된 권력이었다”며 “사용자를 무시해서도 안 되지만, 학습과 고민이 충분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사용자를 고민하는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옳다”고 전했다.

◆ 이해관계 갖는 공무원, 정치인
   심사참여해선 안돼

더구나 국내 설계공모는 실시설계가 아님에도 심사에는 실시설계 과정에서나 참여해도 무방한 제반 전문가들이 관행처럼 참여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B건축사도 “이해관계를 갖는 공무원, 정치인도 당연히 심사에 참여해서는 안된다”며 “구조·설비 등 제반 전문가들은 당선 후 실무 협의과정에서 기술자문으로 참여해도 충분하다. 우선 이런 불합리한 과정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좋은 것이 좋다는 식의 종합선물세트식 심사는 결코 후세대를 위한 가치 있는 건축작품을 가능케 하지 않는다.

해외사례에서 보듯 공공건축은 독창적 건축완성도에 최우선 가치를 둔다. 우리는 이에 반해 건축적 완성도 면에서 인색한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건축사의 문제라기보다 설계과정에서 끊임없이 변하는 건축주의 요구조건들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C건축사는 “설계공모를 공고하기 전에 프로그램과 기획업무가 충분한 사전논의를 거쳐 검토돼야 하지만, 비용절감이라는 이유로 형식적 컨설팅만을 받고 바로 공고를 내고 있는 것도 작금의 현실이다”고 토로했다. 이런 이유로 당선 후 진행과정에서 건축 형태가 변경될 수 밖에 없으며, 완성도는 당연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더 큰 문제는 비전문가들이 심도 있는 논의나 기획 없이 강력하게 형태 변경에 대한 요구를 한다는 점이다. 건축관계자들은 “기능이 아닌 형태에 대한 변경 요구는 정상적인 협의과정이 아니다”고 강조한다.

1975년 건립돼 43년 만에 개·보수 논의가 진행 중인 국회의사당도 미래지향적인 국회를 만들기 위해선 전문가 자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홍성용 본지 편집국장은 “그동안 국회 의사당의 어색한 모양은 여러모로 건축계에선 논란이었다. 느닷없는 돔은 당혹스러운 형태로 네모난 정형은 그리스 로마 신전도 아닌 것이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며 “내부 공간에서 국회의원간의 간격은 서로 갈등해소는 커녕 갈등 증폭의 공간이었다. 공간은 사람의 마음에 영향을 주며 행동을 바꾼다. 대의 민주주의 역사인 영국 의회를 보면 옆 사람과 밀착될 정도로 붙어 앉아 있다. 조금 여유가 있어 보이지만 미국도 별반 차이가 없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첨예한 갈등의 대립 구도인 국회에서 이런 관계는 알게 모르게 갈등을 완화하는 접촉의 공간이다”고 전했다.

덧붙여 “국회의사당의 부속건물들도 조화롭지 못한 건 사실이다. 장소에 대한 해석이 없고, 그냥 건물들 몇 개가 즐비하다. 어쩌면 여전히 잘하기 보다는 양에 집중한 우리 사회의 공공건축을 확인하는 느낌이다”며 “지금 논의 되는 공공 건축으로서 국회의사당은 보다 근본적이고 미래 유산의 가치가 있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그것은 조화에서 부터 출발해야 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영호 기자  yhduck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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