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정훈 대한건축사협회장 “회원 얼마나 열악하고 불편한 상황인지 깨닫고 이를 먼저 해결해야"

석정훈 대한건축사협회장 “회원 얼마나 열악하고 불편한 상황인지 깨닫고 이를 먼저 해결해야…조합은 이를 위해 무슨 노력 했나. 건축사 업무량 많아지면 자연적으로 조합도 발전, 이것이 바로 상생”
17개 시·도건축사회장협의회 “조합 이전 결사반대, 조합 운영개선 위한 정관 개정안 확실·신속 추진 결의”

▲ 이날 토론회 자유토론에는 많은 회원들이 조합 정상화 방안에 대한 의견을 냈다. 왼쪽 상단 시계방향으로 조호용 건축사(중앙CM건축사사무소), 이길환 전라북도건축사회장, 김용각 대전 광역시건축사회장, 김양희 충청남도건축사회장, 오영치 건축사(건축사사무소 기미), 장양순 前 대한건축사협회 감사, 손근익 건축사(건축사사무소 선건축), 최영집 대한건축사협회 명예회장

“건축사공제조합이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해 대한건축사협회와 상의를 하고 회원들을 위한 공제조합으로 거듭나야 할 때, 상생의 노력은 전혀 없이 오로지 조합 이전의 문제에만 치우쳐 있다. 대다수 건축사 회원들이 적자에 허덕이며 열악한 환경 속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 공제조합은 이를 위해서 무슨 노력을 했는지 묻고 싶다.”

11월 15일 ‘건축사공제조합 정상화를 위한 대토론회’가 건축사회관에서 열린 가운데, 참석한 500여 명의 회원들은 “대한건축사협회(이하 협회)와 건축사공제조합(이하 조합)은 반드시 회원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무엇보다 회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최우선 가치를 둬 하나가 되고 결코 흐트러져서는 안된다”고 한목소리로 주문했다. 토론회엔 마땅히 참석해야 할 조합측이 불참하면서 토론장은 술렁였고, 이내 분위기도 더욱 격앙됐다. 토론회명도 당초 ‘대한건축사협회와 건축사공제조합의 상생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건축사공제조합 정상화를 위한 대토론회’로 변경하는 것으로 현장발의, 의결됐다. 이날 토론회는 건축계 큰 틀에서 협회와 조합의 상생방안을 찾기 위해 마련됐다.

협회 회원이 바라는 ‘건축사공제조합’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이에 대해 석정훈 본협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강한 어조로 설파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조합 직원의 불편보다 회원들이 얼마나 열악하고 불편한 상황에 있는지 깨닫고 이를 먼저 해결하는 것이다. 조합은 이를 위해 무슨 노력을 했는지 묻고 싶다. 우리 개개인의 업무량이 많아지면 자연적으로 조합 위상이 높아지고, 발전하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상생이다”며 “협회와 조합과의 관계, 조합과 회원의 관계가 정상적인가. 이것을 바로잡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협회와 조합은 조합 이전 문제를 놓고 지난한 줄다리기 협상을 하고 있다. ‘협회·공제조합 협의체’가 구성돼 올해만 4차에 걸쳐 협의를 했다. 조합 사업이 확장되며 업무공간이 부족해 1개층 전부를 요구하고 있지만, 문제는 건축사회관 임차기업 계약기간 등으로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지난 11월 7일 건축사협회는 최종 회장실, 감사실, 중회의실 등 협회 컨트롤타워가 위치한 협회 법정주소지 8층을 비워주겠다는 공문을 조합에 전달했으며, 이에 대해 조합은 1개층 제공 실천이 담보된 공증문서, 회장개인연대보증의 확약서를 11월 14일까지 요구한 상태다.

조합은 협회가 90년대 중반부터 추진해 온 숙원사업이다. 협회재정지원과 회원의 적극적 참여로 2008년 협회 내 사업으로 승인돼 시작됐다. 협회, 회원의 하나 된 노력이 없었으면 애초 조합은 만들어지지도 않았다. 이는 건축사업 영위에 필요한 각종 보증과 공제사업 수익의 회원을 위한 사업으로의 환류를 통해 건축사업 발전에 기여하기 위함이며, 장기적으로 건축사 노후·복지를 위한 연금지원 사업추진이라는 설립목적도 갖고 있다. 현재 건축사공제조합은 조합원 약 8,300여 명, 출자금 25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16년 건축사공제조합이 법인설립 인가 후 보인 행보에 대해 이날 참석한 회원들은 하나같이 “조합의 뿌리는 협회회원이다. 조합원 중 90%가 건축사협회 회원이고, 이 때문에 조합이 운영되는데, 설립취지에 맞는 역할은 미비하고 과실만 따려 하는 거 아니냐. 회원을 등에 업고 독과점 형태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유지하는 것도 회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조합측은 협회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조합 임원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는 장양순 前 협회감사는 “조합은 금융기관인데 왜 협회에 종속돼야 하느냐는 게 조합의 기본 마인드다. 우리와 생각이 다르다”고 전했다.

현재 건축사공제조합의 건축사협회 지원현황은 산업전체 파이를 감안하더라도 타 공제조합과 비교할 때 매우 낮은 수준이다. 협회에 따르면 2015년 이후 현재까지 협회에 대한 조합의 지원금은 총 4천5백9십만 원으로 집계된다. 보통 타 분야 관련 협회와 공제조합은 산업발전방향을 위한 정책수립 연구용역, 홍보활동, 각종 행사 등에 긴밀히 공조·협력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건설 관련 공제조합의 건설산업 연구개발 및 사회공헌사업에 기여하는 금액은 2008년을 기준으로 연간 198억 원에 이른다. 사회공헌을 비롯한 해당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곧 공제조합의 지속성장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건축사공제조합의 순이익도 감소세다. 이날 토론회 자료집에 의하면 년도별 당기순이익은 2011년 순손실 3억9천만원에서 수익을 내며 증가해 2015년 11억2천4백만 원 정점을 찍고 올해 5억6천3백만 원, 내년 약 3억 원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A건축사는 “순이익 하락으로 조합이 경영위기 아닌가. 이는 일반 주식회사  주총에선 경영진 해임사유다”고 전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박종철 대한건축사협회 이사는 건축사공제조합 현황보고 발표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로 ▲ 공제조합에 대한 협회의 정보 부재 ▲ 조합 집행부의 왜곡된 의사결정 ▲ 협회와 공제조합의 상생을 위한 대안 부재 ▲ 정관의 확대해석 운영을 꼽았다. 대다수의 회원들이 공제조합 운영 개선을 요구하고 있으나, 협회에서는 전체조합원명단, 출자좌수 등 기본사항 조차 알 수 없으며, 총회안건은 조합원 출자좌수에 따라 결정돼서 집행부에서 대주주의 위임을 받아 일방 통행식으로 의사결정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조합 정관 제45조(임원의 보궐선거)에 따라 임원의 잔임기간이 3개월 미만인 경우에만 공석을 유지할 수 있고, 특히 이사장직이 확정적으로 약 5개월간 공석임에도 직무대행체제로 계속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대한건축사협회 17개 시·도건축사회장협의회는 “조합 이전에 결사반대하며, 조합 운영개선을 위한 정관 개정안을 확실·신속하게 추진할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협회가 대책으로 내놓은 정관개정안은 조합 이사장이 조합원 의결권을 위임받을 수 있는 범위를 제한하거나 삭제하고, 임원 선임 중 비상근이사를 협회와 조합이 각각 4인을 추천해 총회에서 선출토록 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자유토론 중 이번 사안 해결을 위한 현실적인 조언도 나왔다. 손근익 건축사는 “조합 정관 개정을 위해선 조합 총회의결이 돼야 한다. 각 시도에서 조합을 개혁할 수 있는 출자좌수를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고 했다.

토론회가 끝난 뒤에는 송영규 대한건축사협회 부회장이 결의문을 낭독했다.

석정훈 대한건축사협회장은 “오늘 토론회 결과를 회원에게 즉시 알리고 결의문대로 다음 행동에 나갈 것이며, 대외적으로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이런 내부의 비생산적인 일에 힘을 빼서는 안된다. 올해안으로 이 문제를 반드시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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