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주변에 공사장과 인접한 도로나 상도유치원 붕괴 같은 공공시설과 관련한 사고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사고 소식을 들을 때 마다 건축을 업으로 하는 건축사로서 안타까움과 동시에 오만가지 생각이 들며 한숨 짓게 된다. 사고가 발생하면 설계 혹은 감리를 맡은 건축사는 늘 ‘책임져야 하는 자’의 범위에 자연적으로 놓이게 마련이다. 물론 설계·감리·시공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겠지만, 좀 더 근본적인 부분도 한번쯤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자체나 공공기관은 공공시설 건축을 위한 사업비를 편성하기 위해 규모에 따라 일정 기준으로 공사비를 산출한다. 말 그대로 이것은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예정공사비’이다. 민간 건축 시장에서 흔히 얘기하는 ‘평당 공사비’인 것이다. 몇 년간 중·소규모 공공건축물의 설계를 경험하다 보니, 상도유치원 같은 중·소규모 공공건축물들은 특히 예정공사비 자체가 너무 낮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물론, 한정된 예산으로 더 많은 공공시설을 확충하려는 발주처의 따뜻한 의도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발주처에서 설계를 발주하는 시점만 해도 ‘예정공사비’는 ‘설계비가 낮게 책정되는 것’ 외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 하지만 문제는 공공건축 사업의 상당수가 최초에 산출한 예정공사비가 그대로 최종 공사비가 돼야 하는 것이다. 사실 얼핏 듣기엔 당연한 것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우리가 건축하는 대지는 저마다 특성이 전부 다르다. 대지의 입지나 도로, 지하수 토질 등 많은 요소들이 건축 계획 측면뿐만 아니라 공사비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땅이 탄탄해서 구조적 부담이 없는 운 좋은 경우도 있지만, 지반보강이나 파일기초 등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한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건축을 위한 각종 법정 기준은 매년 끊임없이 강화되고 있다. 구조기준이 강화되어 레미콘과 철근이 더 소요되고 경우에 따라 층고도 높아진다. 단열 기준이 강화되어 단열재와 창호의 비용이 증가하고 연관된 마감재의 시공비용도 함께 증가한다. 또, 녹색건축, BF 등 각종 인증으로 증액되는 요소들의 공사비는 어찌할 것인가? 설계 진행 중에 해라도 지나면 물가자료의 각종 단가 기준도 전부 오른다.
이러한 엄청난 비용들이 과연 최초의 ‘예정공사비’ 안에 녹아 들어가 있다고 할 수 있을까? 현실에서 건축사는 어떻게든 설계내용을 변경하여 공사비를 맞추어 내역서를 완성하지만, 공사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건축물의 질을 포함한 안전 성능은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이 자료가 다음에 진행하는 사업의 ‘공사비 근거자료’가 되는 쳇바퀴가 되어 잘못된 굴레가 반복된다.
설계과정을 통해서 전문가인 건축사는 객관적 조사 자료와 기술적 근거를 종합하여 설계를 완성 짓고 최종 공사금액을 산출한다. 설계단계에서 건축사의 공사비 초과 요소에 대한 보고에 대하여 ‘안되면 되게 하라’는 구시대적 강요나 질책은 더 이상 합리적인 해결책이 되기에 무리수가 있다. 불과 몇 년 전과도 확연히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 건축에 대한 요구 성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공공건축물의 공사비를 산출하고 결정 짓는 기준에 대해 현실적인 재고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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